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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담 스님의 죽비 "중생 고통 다룬다며 감성에 호소… 불교 본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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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담 스님의 죽비 "중생 고통 다룬다며 감성에 호소… 불교 본질 아니다"

입력
2015.05.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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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고요한 체험 신비화 경계

경전에 의거해 제대로 깨우쳐야

학담 스님은 "영적 신비주의를 선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학담 스님은 "영적 신비주의를 선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부처님 본래 뜻을 깊이 배우고 고민하는 가운데 교(敎)와 선(禪)이 하나되는 지혜를 얻어야 하는데, 그저 철마다 횟수만 채우니 선방(禪房)에서 인물이 안 나오는 겁니다.”

한국 불교의 대표 선승 학담 스님이 불교계의 감성주의, 종파주의, 선(禪) 근본주의를 강하게 질책했다. 서울대 법대 1학년 재학 중이던 1970년 경주 분황사에서 출가해 승복을 입고 대학생활을 한 학담 스님은 80년대 대승불교승가회와 선우도량 일원으로 조계종 개혁에 앞장섰다. 대한불교 조계종 종회의원 등을 지냈으며 초기 불교 경전 아함경(阿含經) 연구에 매달려왔다.

부처님 오신 날을 나흘 앞둔 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학담 스님은 “불교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공허를 밝히고 해탈을 지향하는 종교로, 엉뚱하게 내면의 고요한 체험을 신비화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며 “과거 이런 체험신비주의를 암증선(暗證禪ㆍ어둡고 엉뚱하게 득한 선)이라고 경계했는데 그런 비판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을 위해 기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해탈의 관점 없이 중생의 고통을 다룬다며 감성 위주로 호소하는 것은 불교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며 “그런 것은 상담소나 다른 종교에서도 할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스님들이 참선하다 조금만 뭐가 보이면 자기의 말로 함부로 말하는 그런 풍토를 넘어서서야 중생을 해탈과 교(敎)로 이끌 수 있다”며 “경전에 의거해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니 범주에도 맞지 않는 엉터리 화두를 말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큰 행사에 집중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죽비소리 같은 일갈을 이어갔다. “불교가 행사 위주로 흐르는 것도 그렇습니다. 대중이 잘못된 생각과 관념, 환상을 넘어설 수 있는 지혜의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종교가 권력화되고 큰 것을 지향하면 부처님 법을 지향하는 세계와는 멀어집니다.”

지난해 집필기간 4년, 교정 2년에 달하는 12책 20권 분량의 대작 ‘학담 평석 아함경’(한길사)를 펴낸 스님은 최근 이를 쉽게 풀어 쓴 ‘한 권으로 읽는 아함경’을 발간했다. 아함경은 붓다의 육성 법문을 기록한 초기 경전으로, 중국 한국 등 북방불교권에서는 그간 개인의 해탈만을 강조하는 소승 경전으로 이해되며 홀대 받았다. 학담 스님은 이를 우리말로 번역하고 꼼꼼한 해석을 달았다.

“초기 경전과 추후 구축된 대승 경전은 담은 언어만 다를 뿐 결국 뜻은 하나입니다. 아함(전해 온 가르침)의 진실한 뜻을 펼친 게 대승이죠. 지역에 따라 특정 경전만 보는 중국식의 종파 불교를 넘어서야 합니다.”

그가 최근 기존 선방과는 차별화한 수도원 구축작업이나 원효 저작 연구를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다. 스님은 “종파, 법통주의, 형식주의를 넘어서 붓다의 가르침이라는 하나의 기반을 찾아야 하는데 참선도 잘못하면 말싸움만 하게 돼 있다”며 “지방에 서너 군데 새 선방을 만들어 은거해서 경전에 의거해 공부하며 좌선하는 새로운 수도원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불교 연구는 결국 붓다의 참된 가르침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혀 오늘의 삶의 문제를 풀기 위함”이라며 “오늘날 불교 교단은 자신이 입은 화려한 옷과 장신구를 마부에게 넘겨주고 고행자의 숲을 찾았던 붓다의 가르침을 자각하고, 현실을 해탈세계로 변화시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ㆍ사진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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