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언론 "부작용 커" 지적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치열한 입시 경쟁으로 부작용이 크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가량 학교와 학원, 숙제에 시달리고 수업은 창의성을 키우는 대신 암기에만 급급하다고도 지적했다.
24일 호주의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한국 학생들이 이른바 ‘SKY’(서울ㆍ고려ㆍ연세대)에 진학하기 위해 ‘놀 시간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공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중산층 한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수업한 뒤 학원에서 오후 10시까지 공부하는 게 ‘일상적인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오후 10시 이후에는 초교생과 고교생을 막론하고 숙제에 전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공부 강행군으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호주나 다른 나라들이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높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 학생들은 수업 중 질문이나 토론을 거의 하지 않고 암기에만 매달려 있는 점이 지적됐다. 학습량이 많고 경쟁도 심해 학생들의 창의성이나 사고력을 키우는 수업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한국의 학원강사 강모(28)씨의 말을 인용해 “학생들은 수업 중에는 질문을 하지 않고 휴식 때 한다”며 “자신이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경쟁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강씨는 “학생들이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생들의 얼굴을 보고 표정을 읽어야만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쟁은 학부모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입시 경쟁에서 이기도록 취학 전부터 선행학습을 시키지만 결국 모든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는 딜레마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신문은 심지어 한 과외 강사가 경쟁자들을 가르치지 않고 자신의 자녀에게만 과외를 해주는 대신 월 2만5,000호주달러(약 2,160만원)를 제안 받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한국 정부가 입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면접 전형 등 다양한 입시 방법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학부모들이 면접 과외를 시작하는 등 부담만 늘렸다고 꼬집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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