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ㆍ천정배ㆍ박지원 등 봉변
김한길, 페북에 "계파 패권 허물어야"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모식이 정치적 파장으로 번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 씨가 추도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데다 일부 참석자들이 비노 인사를 향해 욕설과 야유를 퍼부으며 계파 분열상까지 드러냈다. 물 벼락을 맞은 김한길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계파패권’을 강도 높게 비판해 계파갈등의 증폭을 예고했다.
건호씨 “(김무성은)나라 생각 좀 해라” 직격탄
건호씨는 이날 유족 대표로 추모사를 읽어가던 중 “특별히 감사 드리고 싶은 분이 오셨다”면서 김 대표를 지목한 뒤 격앙된 어조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정상회의록을 피토하듯 읽었다”,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을 달아 종북몰이를 해대다가 아무 말 없이 언론에 흘렸다”는 등의 작심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사과나 반성은 필요없지만 제발 나라 생각 좀 하라”고도 했다. 예상 밖의 비판에 김 대표는 물론 김 대표 옆 자리에서 연설을 듣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마저 적잖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좌중이 술렁이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친노그룹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사전에 건호씨와 연설문을 조율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실제로는 건호씨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지난 대선 당시 김 대표가 NLL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최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을 두고 여권에서 참여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데 대한 개인적 울분을 토로한 게 아닌가 한다”고 해석했다.
김 대표 측에서는 특별한 언급을 삼갔지만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여당 대표로는 어려운 첫 걸음을 했는데 유족으로서 개인적 불만을 공개적으로 터뜨린 것은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욕설과 야유에 물세례로 격해지는 친노ㆍ비노 갈등
이날 행사에 약 5,0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몰린 가운데 추모식장을 찾은 비노 인사들도 친노 성향 참석자들로부터 욕설을 듣거나 물세례를 받는 등 봉변을 당했다. 추모식장에서 벌어진 진영 갈등은 이날 행사에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제발 분열의 수단으로 삼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당부한 문재인 대표의 갈등봉합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진영 간 충돌은 참석자들이 단체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행사 마지막 순서에서 불거졌다. 문 대표를 향해서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진 것과 대조적으로 김한길 전 대표가 참배하고 나오자 일부 참석자들은 “너만 살 거냐. 한길로 가야지”라며 야유를 퍼부었고 물을 뿌리는 장면도 포착됐다. 천정배 의원은 “당을 분열시키지 마라”는 고성을,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뒤에서 욕하지 마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물세례까지 받은 김 전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마음에 안든다고 삿대질 해서야 되겠나”라며 공개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계파패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건 당 대표와 주변 사람들”이라고도 했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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