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 등에서 낸 빚, 곧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어제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21일 기준 7조6,182억원으로 약 5조원대에 불과했던 연초에 비해 50% 이상 늘어났다. 잔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도 7조원을 돌파했으나 요즘처럼 많은 적은 없었다. 증시에서 빚을 내서라도 투자액을 늘려 더 많은 수익을 내려는 걸 무조건 탓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은 증시 내외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투자자들이 주의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급증한 배경이 증시의 상승세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3년여 만에 2,100선을 넘어 2,200선을 향하고 있고, 코스닥도 7년5개월 만의 최고치인 710선 위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연초 대비 지수 상승률로는 코스피가 약 11%, 코스닥이 약 28%나 된다. 빚을 내서 투자를 해도 평균성적에만 이르면 이자를 감당하고도 수익이 늘 것처럼 보이는 장세다. 증권사들이 앞을 다투어 신용거래융자를 적극화한 것도 잔액 증가의 한 요인이 됐다. 증권사로서는 신용거래융자를 통해 연 7% 내외의 이자를 챙길 수 있는 데다, 거래량 증가로 수수료 수익까지 늘릴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는’ 장사인 셈이다.
문제는 요즘 국내 증시의 활황이 기업실적과는 괴리된 유동성 장세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경기회복 기대감이 미리 반영된 장세라는 긍정적 분석도 없지 않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의 ‘나 홀로 강세’ 및 국내 주가의 저평가 상황을 감안한 외국인 자금의 일시적 유입이 장세를 이끄는 ‘거품상황’일 가능성을 경계, 상승세 지속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다시 냉각조짐을 보이는 글로벌 경기와 하반기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 악재를 감안할 때 시장 급랭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다음달 15일로 확정된 주식ㆍ파생상품시장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이다. 1거래일 주식 가격등락폭이 상하 30%로 커지면 특정 종목의 주가 변동성 역시 하루 60%에 이를 정도로 확대된다. 빚 내서 투자한 경우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속출하면서 ‘깡통계좌’가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증시 당국과 각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조건 강화 및 반대매매 자제 등 위험 회피를 위한 세부 방안을 손질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의 책임은 결국 투자자의 몫이다. 투자자 스스로가 지나친 욕심을 자제하는 것만이 우려와 불안을 덜 근본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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