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등 유해정보 우글대는 구글코리아, 페북을 본받아라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자살 등 유해정보 우글대는 구글코리아, 페북을 본받아라

입력
2015.05.24 01:26
0 0

자살 시도·음란물 등 키워드 한두개면 이미지부터 동영상까지 줄줄이

국내 포털의 철저한 차단·삭제 달리, 구글 "美본사서 모든 권한" 미온적

페북은 문제되자 방통심의위 방문 "본사가 유해물 차단 이미 착수" 밝혀

세계 최대 검색엔진인 구글에 자살, 음란 등 유해정보가 속속 올라 청소년 건강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섬뜩한 이미지가 가득한 구글코리아 검색 화면.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구글코리아가 자살, 음란 등 유해정보 차단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우리 청소년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중앙자살예방센터 등 관련 기관의 개선 권고에도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코리아의 허술한 유해정보 관리가 여론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2013년 국회 국정감사 때는 이 문제로 이 회사 대표가 증인으로 불려간 바 있다. 그럼에도 여지껏 별다른 개선 노력은 엿보이지 않는다. 자살 등 각종 청소년 유해정보는 지금도 구글코리아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회사는 광고 및 앱 유통 수수료 등으로 국내에서 연간 1조 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키워드 한두 개의 입력 만으로도 구글코리아의 허술한 유해정보 관리 실태가 훤히 드러난다. 기자가 24일 구글에 접속해 ‘자살’이란 키워드를 입력했더니 ▦자살하는 약 ▦자살하는 이유 ▦사후세계 ▦자살방법 ▦자살카페 등 섬뜩한 정보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검색결과에서 ‘자살하는 방법’이란 단어를 누르자 이번에는 ▦자살방법 사이트 ▦혈압 약 자살 ▦안락사 등 더욱 구체적인 정보가 링크됐다. 자살시도 사진, 혈흔 사진 등 얼핏 보기에도 충격적인 이미지도 대거 나왔다. 네이버나 다음에서 같은 ‘자살’ 키워드로 이미지 검색을 할 경우 유해 콘텐츠가 노출되지 않는 것과 딴판이었다.

음란물 관리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구글 검색엔진과 유투브에서 ‘성행위’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이미지는 물론 동영상까지 나온다.

유해정보 관리 뒷짐, 자살 등 정보 줄줄

청소년 유해정보가 문제되자 구글은 이를 걸러주는 필터링 기술인 ‘세이프서치(SafeSearch)’와 유해사이트 차단, 성인인증제 도입 등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음란물 등 유해사이트 접속을 막고 ▦이용자가 금칙어로 검색할 경우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한편, 19세 이하에게는 한 번 걸러진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 방법으론 유해물 접속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포털 사이트에 올려진 간단한 방법 만으로도 유해사이트 차단서비스를 무력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털 검색창에 ‘유해사이트 차단 우회’라는 문장을 입력하면 유해사이트 차단 서비스를 무력화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줄줄이 나온다.

우리 청소년들의 유해정보 노출 정도는 심각한 상태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이 지난해 7월 1~14일 ‘자살ㆍ음란물’ 신고대회를 개최한 결과, 보름 동안 접수된 음란물이 3만2,111건, 자살 관련 정보가 2,093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구글이 유해정보를 직접적인 방법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자살방법 등 유해정보가 속속 쏟아지는 현실에서 유해사이트 차단 만으론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인터넷 사용자가 유해정보를 차단해야 하는 세이브서치 필터링과 같은 미온적 방법보다는 인터넷 업체가 직접 차단하는 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글코리아의 안일한 대처로 정작 애를 먹고 있는 곳은 중앙자살예방센터다. 예방센터 관계자는 “2012년부터 구글에 자살 유해정보를 신고했지만, 처리결과가 통보되지 않아 통계에서 제외했다”며 “10년 넘게 자살률 세계 1위를 기록 중인 대한민국 현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자살에서 인격형성 장애 등 악영향

유해정보에의 여과 없는 노출은 인격형성 장애에서 자살 부추김에 이르기까지 청소년들에게 다양하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을 가져올 수 있다. 이문수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을 시도했다 실패해 병원에 입원한 청소년 환자 중에는 인터넷에서 ‘자살카페’에 접속해 카페에서 알려준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한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인터넷 음란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청소년의 경우 여성을 성적 쾌락의 도구로 인식하는 등 비뚤어진 성 의식을 가질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음란물에 빠지면 뇌 편도와 변연계에 문제가 생겨 인내, 배려, 감사 등 충동을 절제해 얻을 수 있는 보상보다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보상 만을 받으려 해 인격형성에도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구글, 페이스북 타산지석 삼아야

구글코리아가 유해정보 관리에 미온적인 것은 서비스 운영권이 없는 한계 탓도 있다. 구글코리아는 온라인 자살유해정보 신고 및 처리를 요청한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대한 이메일 답변에서 ‘구글코리아는 구글 서비스를 소유하거나 운영ㆍ제공하지 않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Google Inc가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구글코리아 측은 또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인터넷업체들은 자신들이 콘텐츠를 소유ㆍ관리ㆍ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유해정보를 차단ㆍ삭제할 수 있지만 구글은 검색엔진이라 불법이 아니면 정보를 차단하거나 내릴 수 없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 통신심의국 관계자는 “구글은 검색엔진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유튜브’ ‘블로그 스팟’ 등 콘텐츠를 운영, 관리하고 있다”며 “유해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것에 대한 법적ㆍ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받아쳤다.

구글이 유해정보의 사각지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코리아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방송통신심의위 관계자는 24일 “미국 페이스북 본사 부사장이 최근 방문해 '유해정보 관리를 본사에서 직접 해결하겠다'는 뜻을 전달해왔다”며 “유해정보 발견 시 본사에서 유해정보를 직접 삭제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구글코리아와 마찬가지로 국내 서비스에 대한 운영 및 관리 권한이 없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