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유스 개런티' 대책 도입
실업 상태 4개월 이내에
고용 또는 교육 받게끔 보장
청년 니트족 160만명 추산
고용촉진법 적용도 공기업만
저성장과 저고용 구조에서 청년 취업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20년 장기 불황에 시달린 일본에 돈ㆍ출세에 관심이 없는 젊은 사토리(득도) 세대가 등장한 걸 보면 청년 취업 문제를 방치할 경우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게 될 우려가 높다. 우리 역시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청년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160만명(현대경제연구원 추산)에 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노동 손실일 뿐만 아니라 일본처럼 강요된 욕망의 억제 세대, 희망을 잃은 세대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고용 대책의 주 대상이 니트족이 돼야 한다는 연구보고서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유럽의 정책을 살펴보면 사실상 우리 정부 정책은 말만 청년고용을 앞세울 뿐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니트족을 겨냥한 유럽연합(EU)의 대표적인 정책이 2013년부터 시작된 유스 개런티(청년 보장ㆍYouth Guarantee)다. 4개월 이상 실업 상태의 청년들에 대해 적극적 지원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골자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교육, 훈련, 고용 이 세가지 가운데 어디에든 놓이도록 하는 게 정책 목표다. 정규교육을 마치거나 실업 상태가 된 청년들에게 ▦4개월 이내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계속 교육을 받도록 하거나 ▦실무 수습 기회를 제공하는 게 의무화돼 있다. 2013년 유럽 이사회(European Council)는 2020년까지 600억 유로의 예산을 청년고용 프로그램에 지원, 청년 실업률이 높은 회원국의 유스 개런티 사업에 투입되도록 했다. 핀란드는 청년 구직자가 실업자로 등록된 후 3개월 이내에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학업, 재활교육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핀란드 반타시에서는 실업 상태의 17~24세 청년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한다. 실직 청년들은 이력서 작성부터 재정 문제, 주택 등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일대일 면담, 외부 기관과 연계한 인생 설계, 청년 그룹 활동 등 기회도 얻는다.
우리의 청년 실업도 개인이 원하는 직장과,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 간의 괴리, 즉 미스매치 문제에서 상당부분 생기지만 직업 훈련이나 정보가 실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청년들 사이에서는 직업 훈련을 두고 “빵을 구울 줄 아는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직업 훈련이 자격증을 따거나 특정 기술을 익히는 데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따도 프랜차이즈 빵집 아르바이트 말고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우리나라 학생들은 정부에서 취업을 위해 어떤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자기가 받을 수 있는 직업훈련으로 무엇이 있는지 정보가 너무 없다”고 말했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의 ‘한국 대학생의 삶과 사회인식, 2014 대학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청년인턴, 청년직장체험, 취업성공패키지 등 대학생들을 위한 고용ㆍ취업 지원 제도에 신청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10%도 안 됐다. 촘촘한 취업 정보망을 구축한 호주를 보면 확 차이가 난다. 호주는 연령, 교육수준, 실업기간, 직업능력 등 구직자의 특성에 따라 대상을 분류한 후 맞춤형 취업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이 경영 논리에 앞서 사회적 책임을 느껴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1998년 당시 대학 졸업자 중 절반 이상이 실업상태일 정도로 심각했던 벨기에는 2000년 기업에 청년 고용을 의무화했다. 50인 이상 기업은 3%를 청년으로 고용하도록 한 로제타 플랜이다. 우리도 이를 본떠 작년부터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신규 채용의 3% 이상을 15세 이상 34세 미만 청년으로 뽑도록 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시행 중이지만 민간기업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행 3%인 청년고용할당 비율을 5%로 늘리고, 300인 이상 대기업도 포함하는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0개 재벌그룹 96개 기업이 504조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사내보유금을 쌓아놓고도 청년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심 의원은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공기관에서 8만4,000여명,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12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에 대한 사회보험 혜택 등 안전망 역시 부실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1개국은 청년 신규 실직자에 실업부조를 주고 있다. 김수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은 “우리 정부도 ‘취업성공 패키지’로 교육훈련비(월 최대 40만원)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용돈 수준”이라며 “청년들의 삶이 안정되어야 구직에도 나설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실업부조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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