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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ㆍ제과 직업훈련 후 갈 곳은 프랜차이즈 빵집 알바뿐

입력
2015.05.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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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유스 개런티' 대책 도입

실업 상태 4개월 이내에

고용 또는 교육 받게끔 보장

청년 니트족 160만명 추산

고용촉진법 적용도 공기업만

취업 준비를 앞둔 서울의 한 대학 학생들이 취업게시판에 붙은 기업채용 공고를 유심히 보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k.co.kr
취업 준비를 앞둔 서울의 한 대학 학생들이 취업게시판에 붙은 기업채용 공고를 유심히 보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k.co.kr

저성장과 저고용 구조에서 청년 취업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20년 장기 불황에 시달린 일본에 돈ㆍ출세에 관심이 없는 젊은 사토리(득도) 세대가 등장한 걸 보면 청년 취업 문제를 방치할 경우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게 될 우려가 높다. 우리 역시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청년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160만명(현대경제연구원 추산)에 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노동 손실일 뿐만 아니라 일본처럼 강요된 욕망의 억제 세대, 희망을 잃은 세대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고용 대책의 주 대상이 니트족이 돼야 한다는 연구보고서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유럽의 정책을 살펴보면 사실상 우리 정부 정책은 말만 청년고용을 앞세울 뿐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니트족을 겨냥한 유럽연합(EU)의 대표적인 정책이 2013년부터 시작된 유스 개런티(청년 보장ㆍYouth Guarantee)다. 4개월 이상 실업 상태의 청년들에 대해 적극적 지원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골자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교육, 훈련, 고용 이 세가지 가운데 어디에든 놓이도록 하는 게 정책 목표다. 정규교육을 마치거나 실업 상태가 된 청년들에게 ▦4개월 이내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계속 교육을 받도록 하거나 ▦실무 수습 기회를 제공하는 게 의무화돼 있다. 2013년 유럽 이사회(European Council)는 2020년까지 600억 유로의 예산을 청년고용 프로그램에 지원, 청년 실업률이 높은 회원국의 유스 개런티 사업에 투입되도록 했다. 핀란드는 청년 구직자가 실업자로 등록된 후 3개월 이내에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학업, 재활교육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핀란드 반타시에서는 실업 상태의 17~24세 청년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한다. 실직 청년들은 이력서 작성부터 재정 문제, 주택 등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일대일 면담, 외부 기관과 연계한 인생 설계, 청년 그룹 활동 등 기회도 얻는다.

우리의 청년 실업도 개인이 원하는 직장과,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 간의 괴리, 즉 미스매치 문제에서 상당부분 생기지만 직업 훈련이나 정보가 실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청년들 사이에서는 직업 훈련을 두고 “빵을 구울 줄 아는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직업 훈련이 자격증을 따거나 특정 기술을 익히는 데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따도 프랜차이즈 빵집 아르바이트 말고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우리나라 학생들은 정부에서 취업을 위해 어떤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자기가 받을 수 있는 직업훈련으로 무엇이 있는지 정보가 너무 없다”고 말했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의 ‘한국 대학생의 삶과 사회인식, 2014 대학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청년인턴, 청년직장체험, 취업성공패키지 등 대학생들을 위한 고용ㆍ취업 지원 제도에 신청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10%도 안 됐다. 촘촘한 취업 정보망을 구축한 호주를 보면 확 차이가 난다. 호주는 연령, 교육수준, 실업기간, 직업능력 등 구직자의 특성에 따라 대상을 분류한 후 맞춤형 취업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이 경영 논리에 앞서 사회적 책임을 느껴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1998년 당시 대학 졸업자 중 절반 이상이 실업상태일 정도로 심각했던 벨기에는 2000년 기업에 청년 고용을 의무화했다. 50인 이상 기업은 3%를 청년으로 고용하도록 한 로제타 플랜이다. 우리도 이를 본떠 작년부터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신규 채용의 3% 이상을 15세 이상 34세 미만 청년으로 뽑도록 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시행 중이지만 민간기업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행 3%인 청년고용할당 비율을 5%로 늘리고, 300인 이상 대기업도 포함하는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0개 재벌그룹 96개 기업이 504조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사내보유금을 쌓아놓고도 청년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심 의원은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공기관에서 8만4,000여명,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12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에 대한 사회보험 혜택 등 안전망 역시 부실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1개국은 청년 신규 실직자에 실업부조를 주고 있다. 김수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은 “우리 정부도 ‘취업성공 패키지’로 교육훈련비(월 최대 40만원)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용돈 수준”이라며 “청년들의 삶이 안정되어야 구직에도 나설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실업부조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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