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메이지(明治)산업시설 23곳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등재기간을 1850년대부터 1910년까지 한정한 것과 관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일본에 전체 역사를 기록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유네스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최근 공개된 등재 권고안에 따르면 ICOMOS는 일본측에 “유적지 각각에 대한 전체적 역사(full history)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목했다. 이른바 ‘지옥도’로 불리는 하시마(端島) 탄광 등 7곳과 관련, 한국인 5만8,000여명의 강제징용 역사가 알려져야 한다는 우리 측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ICOMOS의 이번 조치는 한국 등이 주장해온 일본의 과거역사 물타기 행보에 대해 국제여론이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내달 28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39차 세계유산위원회 최종결정을 앞두고 한일간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도쿄 외무성 청사에서 열린 첫 한일 양자협의는 3시간 가량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채 결론 없이 끝났다. 최종문 외교부 유네스코 협력대표(차관보급) 등 한국측은 신미 준(新美潤) 일본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국장급) 등에게 산업시설에서 “강제노동이 자행됐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은 역사왜곡”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유산의 등재기간이 1910년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최 대표는 회담 후 “역사는 기억돼야 한다는 원칙하에 1940년대 한국인 강제징용은 원칙상의 문제라 양보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등재저지냐 아니냐 선택의 문제는 아니며, 한국의 우려를 일본이 어떻게 다룰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소개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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