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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로는 하늘길… 지상 회항은 항로변경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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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로는 하늘길… 지상 회항은 항로변경 아니다"

입력
2015.05.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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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대로 판단해 항로변경 혐의는 무죄

계류장 회항 허용 특수성 감안" 초범에 쌍둥이 엄마인 점도 고려돼

검은 옷 조현아 머리 숙인채 침묵만… 방청석에선 "반성해라" 고함

22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땅콩 회항'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취재진이 몰려들자 변호인 쪽으로 얼굴을 피하고 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검정뿔테 안경에 수의 대신 검은 옷 차림으로 법정에 나왔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22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땅콩 회항'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취재진이 몰려들자 변호인 쪽으로 얼굴을 피하고 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검정뿔테 안경에 수의 대신 검은 옷 차림으로 법정에 나왔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유는 ‘항로변경’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항로변경죄는 인정되면 최소 1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어 ‘땅콩 회항’사건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다.

서울고법은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항로변경(항공보안법 위반)에 대해 “‘항로’(航路)는 적어도 지상에서의 이동은 포함하지 않는 의미”라며 무죄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항공법에 ‘항로’의 명시적 규정이 없어 관련 법 시행규칙의 규정과 문맥 등에 비춰 항로의 의미를 찾았다. 시행규칙인 ‘항공안전 자율보고 절차’등에는 ‘항로’와 ‘공항시설’이 구분되어 있다. 또 ‘항로절차’와 ‘체공절차 및 공항이 포함된 계기접근 절차’로 나눠져 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항로를 사전적 의미대로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空路ㆍ하늘 길)’로 확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공기가 되돌아간 곳이 공항시설로 분류되는 ‘램프’(계류장)였다는 점도 무죄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계류장은 특정한 경로가 없이 항공기가 견인차에 의해 이동하는 공간으로, 기장 등의 판단에 따라 비교적 자유로운 회항이 허용되는 특수성이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이 사건의 지상 이동을 항로변경으로 본 1심 판단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범죄행위 자체에 대한 비난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항공기가 계류장에서 22초간 17m 가량 이동해 정지했고 사무장을 내리게 한 뒤에도 최소 승무원 수를 유지해 안전 운항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비교적 경미하다고 판단된다”며 “피고인의 폭행 행위 등 위력 행사 역시 비교적 경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더불어 살아가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구금돼 생활하는 동안 배우게 됐다는 피고인 고백의 진정성을 의심할 객관적 사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배경을 말했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6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법원에 제출했다. 1심이 감안했듯 그가 두 살 된 쌍둥이의 엄마인 점과 초범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법정에서 재판장이 판결을 읽어 내려가는 1시간여 동안 내내 머리를 숙인 채 침묵했다. 하지만 항로변경 부분이 무죄가 되자 방청석에서 “조현아, 반성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구속된 뒤 143일 만에 풀려난 조 전 부사장은 법정을 나온 지 30여분 만에 검정 재킷차림으로 나타난 뒤 곧 에쿠스에 올라 법원을 빠져 나갔다. 그는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자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번 선고 결과가 피해자 여 승무원이 올해 3월 미국 뉴욕주 퀸스 카운티 법원에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 영향을 줄 것인지도 관심이다. 다만 해당 민사소송의 쟁점은 항로변경죄보다 폭행ㆍ폭언 등이 더 핵심적인 쟁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대기업 오너일가의 ‘갑질’을 막기 위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일정기간 기업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조현아 특별법’발의를 추진 중이다. 이번에 조 전 부사장이 받은 집행유예 형도 금고 이상에 해당된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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