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의 비리 의혹에 대한 국방부 감사 결과는 ‘면죄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횡령과 상품권 수수 등 핵심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어물쩍 넘어갔다. 그게 아니더라도 드러난 비리 사례만 봐도 절로 탄식이 나올 만큼 한심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공식 징계가 아닌 구두 경고에 그쳤다. 노골적으로 최 총장을 봐준 국방부를 되레 감사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국방부 감사에서 확인된 최 총장의 행태는 치졸하다. 최 총장의 가족은 관용차를 자가용처럼 이용했다. 최 총장 부인은 운전병에게 딸의 집 커튼 다는 일을 시키고, 수의 장교에게 애완견 진료를 맡겼다. 최 총장 아들이 새벽 2시에 귀가하면서 초병이 문을 늦게 열어준다고 불평한 일을 두고 국방부는 욕설은 하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국방 의무를 수행하는 장병을 하인쯤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애초 이 사건이 최 총장 관사에서 근무하던 사병들이 인터넷 등에 유포해 불거진 점을 감안하면 저간의 사정이 어땠을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최 총장 본인도 국방 예산을 개인 돈 쓰듯이 썼다. 이전 공사를 마친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 총장실을 부임 후 마음에 안 든다며 재시공을 지시하고, 기증 받은 외국 전투기 모형을 전시할 거치대를 만든다며 거액을 쏟아 부었다. 과거 비행대대장 시절에는 관사를 이중으로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확인된 비리만으로도 파면 처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국방부가 들끓는 여론에 마지못해 늑장 감사를 벌일 때부터 봐주기 수순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더욱이 최 총장이 직접 요청한 ‘셀프 감사’인데다 전반적인 직무감찰이 아니라 회계감사에 국한돼 군 내부에서조차 의구심이 많았던 터다. 최 총장은 “깊이 반성하고 가족 모두 처신에 각별히 유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사과로 그칠 게 아니라 스스로 거취를 정했어야 옳다. 리더십에 이미 큰 상처가 난 상황에서 권위나 기강이 제대로 설 리 없다.
최근 방산 비리와 관련해 군의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군도 예외가 아니어서 감사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공군 수뇌부에 금품을 뿌렸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공군의 수장으로서 비리 척결에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비리의 한가운데에 섰으니 공군의 앞날이 걱정스러울 뿐이다. 지난해엔 육군총장이 군내 가혹행위 사건으로, 얼마 전에는 해군총장이 납품비리로 불명예 퇴진한 데 이어 이번엔 공군총장이 비리에 연루됐다. 군에 만연한 군기 문란의 가장 큰 책임이 군 수뇌부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군 수뇌부부터 자성하고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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