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가계 소비성향 역대 최악
생활비 외 모든 영역 지출 줄여
올 1분기 가계의 소비 심리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얼어붙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산층 이하 계층이 지갑을 가장 굳게 닫았다. 가계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는데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까지 겹친 탓이다. 소비 위축은 결국 내수 부진,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72.3%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100만원을 벌었다면 이중 72만원 가량만 썼다는 뜻이다. 평균 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소득-비 소비지출)에서 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이처럼 소비성향이 낮아진 것은 소득은 소폭 늘어난 반면 소비는 뒷걸음을 쳤기 때문이다. 월 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66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늘어났지만, 소비지출은 265만3,400원으로 작년 1분기(265만3,600원)에서 제자리 걸음을 했다. 물가상승 효과를 뺀 경우 소비지출 감소폭은 0.6%에 달했다.
가계는 생존과 직결되는 소비를 제외한 거의 전 영역에서 지출을 줄였다. 소비는 식료품ㆍ비주류음료(2.3%)와 주거ㆍ수도ㆍ광열(3.8%), 보건 분야(4.0%) 등에서만 늘었고, 의류ㆍ신발(-5.3%)이나 오락ㆍ문화(-0.1%), 교육(-1.6%) 등에서는 줄줄이 감소했다.
소비 위축은 중산층 이하 계층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소득 1분위(하위 20%)와 5분위(상위 20%)만 소비 지출을 각각 4.5%, 0.1%씩 늘렸고 나머지 2~4분위는 전부 소비 지출을 0.5~1.3% 줄였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유가 하락을 소비 위축의 원인으로 꼽으면서 “유가하락 요인(-0.6%포인트)을 제외하면 가계 지출(소비지출+비 소비지출)은 0.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지난해(4.5%)나 2012년(5.7%) 1분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증가 폭이다.
전문가들은 그보다는 가계소득 증가세 둔화를 소비 위축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실제 올해 1분기 가계소득의 전 분기 대비 증가 폭은 2.6%에 그쳤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5.0%)의 반토막 수준이다. 특히 주요 소비층인 3, 4분위의 소득 증가율은 각각 2.1, 2.0%으로 평균에 못 미쳤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부풀어오르는 것도 소비 심리를 갉아먹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보다 저축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 소득이 잘 늘지 않고, 중산층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에 대한 미래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커지면서 소비가 심각한 수준으로 위축됐다”면서 “가계, 특히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데 정부가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소득분배 지표들은 약간 나아졌다. 지난해 전체 가구의 지니계수(0.302)는 2006년 이후 역대 최저였던 작년과 같았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1분위 대비 5분위 계층의 소득을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도 5.41배로 2006년(5.38배) 이후 최저치였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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