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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칼럼] 국방체질 개혁이 더 급하다

입력
2015.05.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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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따져도 의미 없는 사드 논란

우리 위협 대응은 ‘두더지게임’ 방식

美 의존체질, 전략패러다임 다 바꿔야

최선의 방어는 있어도 완벽한 방어란 없다. 현재 가장 큰 실질 위협은 북한 장사정포다. 170mm자주포와 240mm방사포를 합쳐 4,800문, 이 중 350이 서울북방에 바짝 붙여져 있다. 사거리 40~60km니까 시간당 1만발 이상을 서울에 퍼부을 수 있다. 이걸 막을 방법은 없다. ‘원점타격’해도 발포점 포착에서 타격까지 최소 5분, 이미 초탄 수백 발이 날아든 뒤다. 연평도 땐 응사에 13분이 걸렸다.

미사일은 그나마 대응하기가 좀 낫다. 원거리인데다 발사징후 포착이 웬만큼 가능한 때문이다. 이 참에 개념정리를 돕자면 정찰위성 등으로 조짐을 탐지, 발사 전 미사일을 파괴하는 시스템이 킬체인(Kill chain)이다. 반면 발사된 미사일을 공중에서 패트리엇(PAC)으로 요격하는 게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가 논란이어서 꺼낸 얘기다. 지상낙하 직전에 쓰는 PAC만으론 불안하니 앞서 높은 고도에서 한번 더 요격하자는 게 사드다. 다중방어가 나쁠 건 없다. 핵투발 중장거리 미사일이 거슬리는 미국은 써 볼만한 무기다. 그러나 종심 짧은 한반도 전역(戰域)에선 효과가 미지수다. 우리에 직접위협은 사거리 500km 이내의 개량형 스커드 단거리 미사일이다. 사드 개입 여지가 적다. 1,000km쯤 되는 노동미사일만 해도 남한에 떨어뜨리려면 하늘 향해 고각(高角)발사를 해야 한다. 자칫 제가 피해볼 위험도 크다.

사실 사드의 핵심은 요격미사일보다는 자체 탐지레이더다. 파장 짧은 주파수대역을 활용, 2,000km까지 정밀 관찰한다. 미국은 북한만 감시하게끔 각도조정 하겠다지만 재조정은 간단하다. 정말 북한감시만이라면 일본 배치만으로도 가능하다. 중국의 반대는 어깃장이 아니다. MD시스템에 포위돼 영토 깊숙이 감시 받는 형국이 되므로.

문제가 여럿 더 있다. 대당 2조원에 3개 포대면 최소 6조 비용이다. 돈에 궁한 미국이 분담 얘기도 흘린다. 성능이 채 검증되지도 않은 비싼 무기에 집착하는 것도 수상쩍다. 자연스레 군산복합 음모론이 떠올려진다. 추가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를 피할 부지가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사실이라면 강정마을 이상의 갈등이 불 보듯 뻔하다.

이 모든 회의(懷疑)를 덮는 논리는 단 하나다. 만사불여튼튼이라고, 안보에선 작은 위험도 크게 대비해야 한다고. 맞다. 하지만 요즘 말로 ‘가성비’라는 게 있다. 안보비용은 워낙 천문학적이어서 효율투자가 다른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 사드는 현재로선 어떤 기준으로도 가성비 형편없는 무기다. 이런데도 장사꾼에 말리면 영락없는 ‘호갱’이 된다. 국가의 호갱짓은 곧바로 국격 추락이다.

우리 국방체제는 딱 길거리 ‘두더지게임’이다. 북한이 고개 내밀고 위협하는 구멍마다 쫓아다니며 메우느라 정신이 없다. 게다가 허접하고 미심쩍은 공세라도 대응엔 수십, 수백 배 비용이 든다. 북한으로선 이렇게 재미있는 장사가 없다. 한도 끝도 없는 이 게임의 틀을 전면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

국방철학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어차피 완벽할 수 없는 방어보다 거친 공세형으로의 전환이다. 북한에 잘못 건드렸다간 호되게 되당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는 전략이다. 지금껏 우린 북한에 어떤 두려움도 준 적이 없다. 1대1 대응무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해ㆍ공군 및 특수전 중심의 공격형 전력으로 하드웨어를 바꿔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인식과 체질 전환이다. 걸핏하면 미군 바짓가랑이나 붙드는 의존체질로는 백약이 무효다. 연평도 때 우리군 지휘부의 이런 태도에 짜증났다는 연합사 미군장성의 증언도 있다. 운전석에서 한껏 폼 잡다 사고 나니까 “엄마, 어떡해”하는 자동차보험광고가 생각난다. 이런 점에서 전시작전권 환수는 자강(自强)체질을 키우고 북한을 압박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딴 건 몰라도 국방에 관한 한 노무현이 훨씬 나았다.

사드 논란도 이 체질의 연장선에 있다. 사드는 고려할 가치가 아직은 없다. 다만 국방체질과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을 가치는 있다.

주필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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