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사건 대응으로 취해진 5ㆍ24 대북제재조치가 24일로 5주년을 맞는다. 이 조치는 남북교역 중단, 국민의 방북 불허, 대북신규 투자금지, 인도적 목적이 아닌 대북지원사업의 보류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해 남북 교류협력을 일거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천안함 폭침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북측이 부인하며 사과는커녕 어떤 책임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강력한 대북제재는 불가피했다.
그러나 지난 5년 간 이 조치는 목표인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한 채 우리 남북경협기업들에만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개성공단이 아닌 북한 다른 지역에 진출한 경협기업들은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었다. 예외가 인정된 개성공단도 신규투자 불가 등 갖가지 제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기간 우리 경협기업들이 입은 피해가 9조4,000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반면 북측은 중국과 러시아 쪽에서 출구를 찾아 타격이 훨씬 덜 했다. 5ㆍ24 조치는 고비마다 정부의 유연한 대북정책 구사를 제약하기도 했다. 자승자박이니 자해적인 대북제재니 하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의식하고 나름대로 출구를 모색해왔다. 지난달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지원을 승인하는 등 제한적 범위에서나마 민간차원의 대북지원과 교류확대 조치를 취한 것이 그 일환이다. 그러나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사출시험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북 승인 철회 등 충격적인 사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5ㆍ24조치 해제와 같은 전향적 대북조치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어제 남북관계현안 대책협의를 갖고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 없이는 5ㆍ24조치를 전면 해제할 수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은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언제까지나 이렇게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5ㆍ24조치가 지속되는 한 남북경협기업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미래의 통일비용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내부의 성장동력 저하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손바닥을 마주쳐주는 북측 태도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북 변화를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달라질 게 없다. 북한이 변화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견인해내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마침 어제 공단 운영을 위협해왔던 임금문제가 남북간 별도 합의가 있을 때가지는 기존 기준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는 선에서 타결됐다는 소식이다. 이 작은 합의를 불씨 삼아 5ㆍ24 조치로 더욱 짙어진 남북관계의 어둠을 걷어내는 남북 양측의 결단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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