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서 소비 무능력자로
美 보수 언론은 혐오 대상으로 그려
기본적인 생존여건 보장 등
하위 계급 청년들 위한 복지가
공동체 회복, 결국 사회 구하는 일
요즘 청년들을 일컬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라 부르는 것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이들은 미래가 나아질 거란 희망을 잃은 지 오래다. 한국 청년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낮은 소득에 맞춰 욕망을 억제하고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사토리 세대’가 나타났다. 이탈리아에서는 소설 제목으로 ‘1,000유로 세대’가 등장했다. 이 소설은 20대 청년 네 명이 한 달에 1,000유로(약 121만원)를 벌어들이며 간신히 살아가는 이야기다.
미국 교육학자 헨리 지루에 따르면 미국 청년들의 상황은 더 나빠 보인다. 그는 미국의 신자유주의 체제가 청년들을 ‘일회용’으로 취급한다고 지적한다. 잠재된 성장 가능성을 키워 미래를 만들 인재의 역할을 부여하기는커녕 싸구려 노동상품으로 본다는 것이다. 자연히 소비 무능력자일 수밖에 없다. 미국 대학생들은 평균 2만4,000달러(약 2,600만원)의 부채를 지고 졸업하지만 10명 중 한 명(8.9%)은 취업을 하지 못한다. 이들을 구할 수 있는 사회보장 제도는 미국에서 악으로 취급된다. 보수주의자들은 복지를 비효율이라 공격하며 강도 높은 감세 정책을 주장한다.
취업난과 복지 논쟁이라는 세계 공통의 여건 외에 특히 미국은 급속한 경찰 국가화가 청년들을 겨냥하고 있다. 가난하기 때문에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교육 당국의 무관용 정책으로 인해 학교에서 쫓겨나고 잠재적 범죄자로 전락한다. 경찰이 학교에까지 들어와 문제아를 체포 구금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근 3년간 200여명의 아동이 전자총에 맞았고 그 중 5명은 사망했다.
언론은 이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취급한다. 폭스 뉴스와 우파 라디오가 최전선에 서서 자유주의 운동가와 페미니스트, 환경주의자, 가난한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사실 진짜 폭력적인 것은 헐리우드 영화, 격투기 같은 극한 스포츠, 1980년대부터 유행한 외설 방송 ‘쇼크라디오’ 같은 것인데 말이다. 이런 매체를 소비하는 대중은 소수자와 하위 계급에 점점 공격적이 된다.
이런 보수적 문화의 확산이 미국 청년들이 저항하지 않거나 못하는 이유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대학생 단체는 ‘자유를 위한 청년 연합’ ‘학문의 자유를 위한 학생 연합’ 같은 보수 단체들이다. 진보적 학생들조차 ‘술 마실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소비주의적 운동을 펼친다. 대학은 기업 권력에 종속돼 비판적 시민성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에서 묘사한 미국의 상황은 한국의 현재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보수 언론이 원색적인 저널리즘을 구사하고 일베 등 인터넷 사이트에는 소수자 비하가 만연해 있다. 대학 교육이 기업화되고 보수적인 대학생 단체가 급격히 늘어난 것, 이에 대항할 진보 담론이 무기력해진 것도 한결같이 비슷하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가난한 청년들은 미국에서처럼 동정의 대상에서 혐오의 대상으로 바뀌고 더 깊은 수렁에 빠질지 모른다.
상황이 비슷하다면 해법도 비슷할 것이다. 저자는 청년들을 구하기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하나는 하위 계급 청년들의 기본적인 생존 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의 확대다. 또 하나는 문화와 담론 영역에서 비판 의식을 키우고 보수주의에 적극 대항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청년들을 구하는 것이 결국 사회를 구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새로운 주장과 활동이 있어야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