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에는 운항을 시작할 예정인 국적 크루즈선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선상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겠다는 해양수산부의 결의가 자못 단호하다. 지난 7일 선상 ‘오픈 카지노’추진을 밝혀 거센 논란을 부른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그제 “국적 크루즈선이 외국 크루즈선과 대등하게 경쟁하려면 내국인의 선상 카지노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사행성 조장 우려가 있지만 중독성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공해상에서만 출입이 가능해 하루 평균 카지노 출입시간은 5~6시간, 닷새 일정 기준 1인당 배팅금액은 8만~9만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8일 “국적 크루즈에 오픈 카지노를 허용하는 방안은 고려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선 데 대한 항변인 셈이다.
유 장관의 이런 자세는 수긍하기 어렵다. 도대체 왜 그리 오픈 카지노에 집착하는지 의심만 커진다. ‘국적 선사에 대한 역차별’과 ‘국부 유출’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그것은 결코 크루즈 업계에 국한된 경쟁력 제한 요소가 아니다. 카지노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은 이미 충분히 실증됐다. 마카오나 싱가포르에서 카지노 산업이 번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유일의 오픈 카지노인 강원랜드, 심지어 외국인 전용 카지노 2사도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해수부의 등을 떠밀었을 크루즈 업계의 요구도 그런 고려에서 나왔음직하다. 어쩌면 애초에 크루즈산업 자체보다는 카지노에 눈독을 들였을지 모를 그들의 요구에 따른다면, 다른 관광업계나 지방자치단체의 동일한 요구는 뿌리칠 방법이 없다. 주무부처인 문화부가 관광업계나 오픈 카지노 허용 요구에 부단히 시달리면서도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외국인 전용 카지노도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해 온 것인지부터 살펴볼 일이다. 한동안 오픈 카지노 허용을 투자의 전제조건처럼 요구했던 외국 카지노업체들이 나중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라도 앞을 다투어 투자하려 나섰던 사실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유 장관의 주장은 안이해 보인다. 카지노 게임의 특성상 공해상에서만 허용할 기술적 방법부터 의심스럽다. 설사 가능하더라도 정박 중에도 카지노 이용이 가능한 외국 크루즈선과의 경쟁력 차이는 결국 남게 된다. 우리나라 도박중독 비율은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데다 아직 카지노게임을 가볍고 건전한 가족오락으로 여기는 대신 ‘돈 놓고 돈 먹는’ 도박의 꽃으로 여기는 풍토가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선상 오픈 카지노 허용으로 물꼬가 터지면 육상 확산은 걷잡기 어렵다. 주무부처인 문화부의 반대를 이유로라도 이쯤 해서 해수부가 방침을 철회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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