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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공학도·억만장자·바람둥이… 아이언맨 모델이 된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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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공학도·억만장자·바람둥이… 아이언맨 모델이 된 CEO

입력
2015.05.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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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애슐리 반스 지음·안기순 옮김 김영사 발행·584쪽·1만8,000원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애슐리 반스 지음·안기순 옮김 김영사 발행·584쪽·1만8,000원

마블코믹스의 만화 ‘아이언맨’(1963)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모델은 미국의 백만장자 하워드 휴즈(1905~1976)로 알려져 있다. 대부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8살에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고아가 돼 괴팍한 영화제작자 겸 비행기 조종사, 항공우주회사 대표로 이름을 떨쳤다.

'또 다른 스티브 잡스'로 불리곤 하는 일론 머스크는 괴짜로서의 삶의 궤적을 보이며 거대한 부를 이뤘다. 김영사 제공
'또 다른 스티브 잡스'로 불리곤 하는 일론 머스크는 괴짜로서의 삶의 궤적을 보이며 거대한 부를 이뤘다. 김영사 제공

영화감독 존 패브로는 아이언맨을 2007년 영화로 리메이크하면서 현대판 토니 스타크의 모델로 스페이스 엑스와 테슬라 모터스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이미지를 추가했고, 이 역할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실제로 스페이스 엑스를 찾아가 머스크를 만났다. 머스크는 스타크처럼 가슴에 아크 원자로를 달지는 않았지만 40대 중반의 나이, 천재 공학도, 억만장자인데다 바람둥이 기질까지 닮은 꼴이다. 언론은 연신 실제 인물과 영화 속 인물을 비교했고, 머스크는 휴즈와도 곧잘 비교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부인 저스틴 머스크와의 이혼소송, 영국 배우 탤룰라 라일리와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머스크는 ‘인류 미래를 바꿀 천재 사업가’와 ‘거대한 사기꾼 바람둥이’란 상반된 평가를 받는 기인이 됐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애슐리반스가 2년에 걸쳐 머스크와 그의 주변인들을 인터뷰 한 끝에 내놓은, 일론 머스크의 첫 번째 전기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첫머리에는 이렇게 적혀있다.‘머스크는 하워드 휴즈보다 토머스 에디슨에 훨씬 가깝다. 그는 거대한 아이디어를 채택해 굉장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발명가이고, 명성이 자자한 사업가이자 기업가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스타크나 휴즈만큼 부유한 부모를 두진 않았지만 전기기계 공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12살 때 이미 비디오게임을 스스로 만들었다. 24세인 1995년 창업에 뛰어들어 인터넷 지역정보사이트 ‘집투(ZIP2)’를 설립해 창업 4년 만인 1999년 컴퓨터 제조업체인 컴팩에 2,200만달러에 팔았다.

머스크가 다음으로 노린 곳은 온라인 금융 시장. 집투를 매각해 남긴 돈으로 온라인금융사이트 ‘엑스닷컴(X.COM)’을 열었고, 이듬해 경쟁사였던 콘피니티와 그들의 이메일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을 함께 인수, 2005년에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 15억달러에 페이팔을 되팔았다.

영화 '아이언맨'
영화 '아이언맨'

짧은 시간에 두 번의 큰 성공을 거둔 그는 활동무대를 실리콘밸리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옮겨 항공우주산업(스페이스 엑스), 자동차 산업(테슬라 모터스) 태양에너지 산업(솔라시티)에 각각 1억달러, 7,000만달러,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2002년 스페이스 엑스를 설립한 머스크는 단순히 로켓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용한 저가형 우주여행과 화성 식민지 사업을 꿈꾼다. 2003년 설립한 테슬라 모터스는 소형차 위주였던 기존의 전기차와 달리 스포츠카를 생산하면서 고급화에 초점을 맞췄다. 사촌에게 경영권을 맡긴 솔라시티는 태양전지판을 설치하고 융자를 제공해주는 회사다.

2008년 아이언맨으로 유명세를 떨칠 무렵 그의 사업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로켓 발사실험은 2006년부터 수년간 내리 세 차례 실패했고, 테슬라 모터스 역시 설립 후 7년 간 전혀 수익을 내지 못했다. 전 부인 저스틴이 이혼소송 후 여기 저기 인터뷰를 해대는 바람에 그의 사생활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 사이 14살 연하의 여배우 라일리를 만나긴 했지만 말이다.

2012년 초 그에 대한 시선은 극적으로 바뀌게 된다. 스페이스 엑스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공급물 캡슐을 날려 지구로 무사히 돌아오는 데에 성공했으며 미 항공우주국(NASA)은 ISS 화물수송 사업자로 스페이스 엑스를 선택한다. 테슬라는 모델 S를 출시해 자동차 산업계에 일대 바람을 일으켰다. 화성에 사람을 보낸다는 그의 계획은 이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책은 이 영화 같은 이야기를 머스크와 그 주변인들의 입담을 통해 세세하게 복원한다. 사실에 기반한 단단한 필력, 지겨울 만하면 나오는 화려한 연애담과 파티 뒷이야기가 눈길을 끌지만, 자기계발서 같은 저자의 성공 비결 분석은 오히려 아쉽다. 이를 테면 2008년 머스크의 사업이 바닥을 찍었을 때, 그의 친구 그라시아스의 회상장면 같은 부분 말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종류의 압력을 받으면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죠. 하지만 일론은 극도로 이성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여전히 장기적 관점에서 명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고난을 이겨내는 일론의 능력은 정말 최고입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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