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소다라은행 인수 발판
해외 영업망 185→300개 목표
해외 채권ㆍSOC관련 투자 확대
“해외 수익 비중을 2016년까지 10%로 높이겠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제로섬 게임’ 밖에 할 수 없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해외 채권이나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 자동화기기, 비대면 채널 활용 등을 통해 수익성ㆍ현지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대형은행이라는 목표를 향해 닻을 올린 ‘이광구호(號)’가 출항한 직후, 첫 낭보가 인도네시아로부터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인도네시아 우리은행과 소다라 은행의 합병을 최종 승인한 것. 1906년 설립돼 그 역사가 100년이 넘은 소다라 은행은 자카르타와 반둥 지역을 기반으로 개인금융을 중심의 영업활동을 하는 은행이다.
이 인수를 통해 우리은행 해외 영업망은 18개국 185개로 늘어났다. 이는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넓은 해외 네크워크망에 해당한다. 우리은행은 올해 안에 해외 네트워크를 210개로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300개까지 늘려 이 행장이 약속한 ‘해외 수익 비중 10%’를 기필코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실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는 우리은행이 ‘국내 최초’ 타이틀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 1968년 시중은행 최초 해외 지점인 동경지점 개설, 2004년 은행권 최초 개성공단 지점 설치, 2008년 금융권 최초 러시아 법인 신설, 지난해 국내 최초 두바이 지점 개설 등이다.
우리은행이 역점을 둔 진출 지역은 동남아시아와 브릭스(BRICs) 국가 등 신흥시장이다. 우리은행은 소다라 은행 인수 과정에서 획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동남아 국가의 은행업이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새로 진출하는 지역에서는 저축은행, 할부금융, 저소득층 소액대출(마이크로 파이낸스) 등 분야에 먼저 진출한 다음 은행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우리은행은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현지 서민금융회사인 말리스 인수 승인을 얻기도 했다. 말리스는 캄보디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액 대출을 하는 마이크로 파이낸스 회사다. 전체 인구의 13%만 금융업을 이용할 정도로 금융산업이 낙후한 캄보디아 같은 곳에서는 은행에 본격 진출하는 것보다는 소액 대출 시장에 먼저 발을 디뎠다가 외연을 차츰 확장하는 방법이 보다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베트남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필리핀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하거나 지점을 신설하는 계획도 착착 진행 중이다.
2007년 한국계 은행 최초로 중국내 법인을 설립한 우리은행은 전통적 강세 지역인 중국에서도 영업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9일 18번째 중국 현지 점포인 충칭분행(重慶分行)을 개점했는데, 충칭은 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 등과 함께 국가급 금융허브 발전 전략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충칭분행은 현지에 공장을 운영 중인 현대차 및 기타 협력업체를 상대로 한 대출업무를 진행하고, 현지인을 대상으로도 개인금융 및 기업금융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불어 우리은행은 올해 안에 선양(瀋陽)과 상하이에 추가로 분행 및 점포를 추가 신설하기로 했다.
남미 최대 국가로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브라질의 문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2009년 상파울루에 사무소를 개설해 첫 진출한 뒤, 2012년엔 법인화 절차를 거쳐 브라질 우리은행을 세웠다. 2008년 러시아 모스크바 현지법인 설립, 2012년 인도 첸나이 지점 설치를 포함하면, 국내은행 최초로 브릭스 국가를 아우르는 영업벨트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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