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두산 노경은(31)이 두산 불펜의 중심에 선다. "난 아직 바닥에 있다"며 몸을 낮췄지만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고 말하는 그는 마음 속에 더 단단한 각오를 새겼다.
두산은 최근 불펜을 재정비했다. 핵심은 마무리 투수로 낙점된 노경은이다. 두산은 윤명준이 마무리 투수를 맡아 시즌을 시작했지만 5개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흔들렸고, 결국 노경은이 마무리로 조정됐다.
올 시즌이 특히 더 중요한 노경은은 중책까지 맡은 셈이다. 노경은은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두 자리 수 승수를 올리며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했지만 지난해 3승15패 평균자책점 9.03에 머물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겨우내 땀을 쏟았지만 2월 훈련 중 타구에 턱을 맞아 부상을 입으며 개막전 합류도 불발됐다. 내심 노경은에게 마무리를 맡기려던 김태형 두산 감독의 계획도 틀어졌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잠실 kt전에서 시즌 첫 등판을 가진 노경은은 올 시즌 9경기에 등판해 8⅓이닝을 소화하며 1승무패 평균자책점 4.32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들어 구위가 확실히 살아났다는 평가다. 지난 16일과 17일 KIA전에서는 이틀 연속 호투를 선보였다. 김태형 감독은 "노경은이 지금처럼만 던져주면 좋겠다"며 흡족함을 드러냈다. 노경은도 자신감을 찾았다. 그는 "코치님과 롱 토스를 하면서 외야수처럼 던지는 연습을 했는데 공이 탁 걸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립을 살살 잡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세게 잡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영점이 잡히고 안 잡히고는 그 차이인 것 같다. 지금은 가볍게 던져도 145km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단순하게'는 그가 찾은 답 가운데 하나다. 노경은은 "진짜 구위가 안 좋을 때는 '아, 타자가 누구네'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이미 지고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제는 정말 포수 미트만 보고 들어간다. 원래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은 스타일인데 쉽고, 간단하게 복잡한 생각 없이 미트만 보고 던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마무리 투수로 중책까지 맡았다.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팀의 선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금의 좋은 모습을 유지해나가야 한다. 노경은은 "마무리라기 보다 마지막 투수라고 생각하고 나가겠다"며 "장기레이스이기 때문에 힘으로만 하는 건 한계가 있다. 구위를 꾸준하게, 기복 없이 유지할 수 있도록 컨디션 관리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