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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도 상징 T자 꼭지 없어도… 수박 잘 팔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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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도 상징 T자 꼭지 없어도… 수박 잘 팔리네

입력
2015.05.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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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줄이려 농협 일부 매장 시행

꼭지 달린 수박보다 매출 더 늘어

대형마트 참여가 관건… 내주 결론

21일 오후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 1층 과일매장. 장바구니를 든 소비자들이 꼭지가 약 3㎝로 짧게 잘린 수박 500여통이 진열된 수박 매대를 신기하다는 듯 둘러봤다. 꼭지가 짧다는 걸 제외하면 겉모습은 일반 수박과 똑같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껍질을 탁탁 두드려 신선도를 확인해보는 사람도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가의 일손을 덜고 불필요한 유통 비용을 줄이겠다며 지난달부터 추진하고 있는 꼭지 없는 수박은 유통업체 가운데 농협 일부 매장에서 처음으로 판매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15㎝에 달하는 거추장스런 수박 꼭지를 잘라내면 수확과 유통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최대 600억원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로 소비자들은 생소하긴 하지만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수희(50ㆍ여)씨는 “수박이 정말 신선한 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꼭지가 없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니 그러려니 한다”면서 “‘T자’형 꼭지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농민들도 부담을 덜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순건(29) 농협 과일팀 주임도 “꼭지가 왜 없냐고 묻는 소비자들이 꽤 있지만 취지를 설명하면 대체로 고개를 끄덕인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권성호(62)씨는 “수박의 신선도나 당도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계가 나오면 몰라도, 꼭지 없이 어떻게 신선도를 파악하라는 건 지 모르겠다”고 했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꼭지 없는 수박의 판매 실적은 꽤 양호하다. 농협이 꼭지 없는 수박을 시범 유통하고 있는 수도권 유통센터(양재ㆍ창동ㆍ성남ㆍ고양ㆍ수원ㆍ삼송) 6곳과 ‘T자형’ 꼭지가 달린 일반 수박을 파는 농협 점포 8곳의 매출액(지난달 16일~이달 3일)을 비교한 결과 꼭지 없는 수박을 판매하는 점포의 매출액(5억7,800만원)이 일반 점포 매출액(2억800만원)보다 2.8배 정도 많았다. 이는 모든 점포가 꼭지 달린 수박만 팔았던 지난해 두 그룹의 매출액 차이(2.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농협을 제외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본격적인 수박 출하기가 이미 시작된 현재까지 꼭지 없는 수박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대목인데, 꼭지 없는 수박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체 수박 유통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판매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나서지 않으면 꼭지 없는 수박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꼭지 없는 수박 유통과 관련해 대형마트 빅3(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와 막판 조율을 하고 있다. 내주 중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김정화 인턴기자(이화여대 중어중문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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