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그의 별명은 '독사'였다. 베이스볼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그렇게 불렀다. 김기현(26ㆍ한화)은 2013년 2월부터 6개월간 사회인 야구인들을 가르쳤다. 캐치볼과 러닝, 쉐도우 피칭 등 참 지독하게도 시켰다. 기본기가 전혀 없는 3~40대 회원들은 김 코치 때문에 땀 좀 흘렸다.
독사가 '진짜' 독사를 만났다. 2013년 9월말 테스트를 통과해 한화 유니폼을 입은 그가 김성근 감독 앞에서 수강생이 됐다. 김기현은 올 전지훈련에서 코칭스태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2,000개 넘는 공을 던졌다. 시범경기가 끝나고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에는 "2군에서 좀 더 변화구를 가다듬어라"는 미션을 받았다.
한화 불펜의 '복덩이' 김기현을 21일 문학 SK전에 앞서 만났다. "야구하면서 이렇게 큰 주목을 받은 적 없다"던 그는 "인터뷰하는 게 마운드 위에 선 것보다 더 떨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롤러코스터와 같은 자신의 야구 인생을 침착하게 털어놓았다. "아직 부족하다.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다"고 말할 때는 목소리에 잔뜩 힘을 주기도 했다.
-최근 활약이 아주 좋다. 기분이 어떤가. (김기현은 21일까지 20경기에 등판해 1승1홀드 3.6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그 동안 대부분 3~4점 차에 등판했지만, 요즘에는 박빙 상황에서 나가는 일이 많다. 캠프 때 정말 죽도록 했기 때문에 '상대 타자보다 내가 더 노력했다. 지지 않는다'는 각오로 던진다. 슬라이더가 기대 이상으로 잘 들어가고 있어 기복 있는 투구도 줄어든 것 같다. 날 내보내는 감독님을 믿고 던지고 있다."
-12~13일 삼성전 때도 그랬고, 왼손 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가 정말 좋다. 기존의 그립에서 변화를 준 것인가.
"그건 아니다.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될 때 감독님이 '변화구 연습을 더 하라'고 주문하셔서, 2군 경기를 뛸 때 그것만 생각하고 던졌다. 캠프 때 2,000개의 공을 던지기도 했고…. 최근 슬라이더가 잘 들어가니 자신감도 생겼다."
-야구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일고에서 4번 타자에 투수를 했다.
"사실 고등학교 때는 타자쪽에 비중을 많이 뒀다. 지바 롯데에서 뛰고 있는 이대은이 동기였기 때문에 나는 잘 치기만 하면 됐다.(웃음) 투수보다는 1루수, 우익수로 뛸 때가 많았고 중학교 때는 포수도 했다. 요즘도 가끔 타석에서 치고 싶을 때가 있긴 하다."
-야구를 그만둘 뻔했었다고 들었다.
"고3 때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했다. 어린 마음에 그만두겠다고 방황했다. 그러다 전문대인 충청대에 들어갔고 원광대에 편입했다. (김기현은 2010년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 최우수투수상 출신이다)
-첫 프로팀인 NC에서의 생활을 어땠나. 1년 만에 방출됐다.
"NC가 퓨처스리그를 뛰던 2012년 육성 선수로 들어갔다. 2군에서 5선발로 뛰었다. 그러나 그 해 좋은 왼손 투수들이 대거 영입됐고, 팀에서는 나보다 어린 선수를 키우려는 계획을 갖고 있던 것 같다. 방출 통보를 받기 전날 이상하게 잠이 안 왔는데, 아침에 전화를 받았다."
-NC에서 나온 뒤 사회인 야구 클럽에서 코치를 했다.
"지인이 엠베이스볼 아카데미라는 곳을 운영하고 계셔서 6개월 간 코치를 했다. 당시 어깨가 그리 좋지 않았는데, 이 곳에서 일하면서부터는 아프지 않았다. 2013년 고양 원더스 테스트를 받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프로에 대한 꿈이 있어 한화를 택했다. 아, 그 때는 타자 연습을 아주 많이 한 터라 투수가 아닌 타자로 도전해볼까 잠시 고민도 했다."
-김기현에게 사회인 야구 코치는 어떤 의미인가. 또 올해 목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생에 대해 많이 배웠다. 야구에 대한 절실함도 갖게 됐다. 목표라…더 잘하고 싶다. 팀을 위해서라도 더 잘해야 한다."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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