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민 불안 고려
정부 "안전성 확보없이 불가" 고수
재무 통상장관 회담 앞두고 악재
일본이 자국산 수산물에 대한 한국의 수입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 하면서 양국간 갈등의 파고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본의 자위권 확대나 역사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등으로 한일 양국이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어온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WTO 제소는 양국간 정치·외교 관계에도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고강도 처방은 수 차례 이의를 제기에도 불구하고 2년이 지나도록 우리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데 대한 항의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한국 정부는 2011년 3월 도호쿠(東北) 대지진 당시 사고가 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의 오염수 유출이 계속되자 2013년 8월 후쿠시마현 등 주변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원전에서 흘러 나온 방사능 물질이 해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후쿠시마 주변 지역도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
우리 정부는 그 동안 다른 국가의 사례를 들어 과도한 대응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 중국의 경우, 후쿠시마 주변의 군마 도치기 이바라키 등 10개 도·현에서 생산되는 모든 식품 및 사료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10개 도·현 외 지역에서 생산되는 채소 우유 과일 수산물 등도 일본 정부가 증명한 방사성물질 검사증명서와 산지증명서를 함께 요구한다. 대만 역시 후쿠시마 이바라키 도치기 군마 지바 등 5개 현에서 생산된 모든 식품(주류 제외)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고, 5개 현 이외에서 생산된 과일 채소 수산물 해조류 유제품 생수 등에 대해서는 전수검사를 하다가 이달 15일 일본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문제는 모처럼 화해 무드로 가려던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양국은 다음달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이번 주말 한·일 재무장관 회담과 한·일 통상장관 회담이 연달아 개최할 예정이었다. 재무장관회담은 2년 6개월, 통상장관 회담은 2년 1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컸으나 일본의 WTO 제소로 그 효과가 반감될 상황이다. 정부가 즉각 유감을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수입규제조치가 국민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임을 일본에 충분히 설명하면서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산 식품의 위험성을 증명할) 과학적 근거를 준비해왔으나 아직 마무리가 돼지 않았고,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에 수입 재개 조치를 내릴 수는 없다”며 “WTO 분쟁절차가 시작된 만큼 일본과 협의를 하면서 의도나 속내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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