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어휴, 이젠 그냥 하는 거예요."
삼성 선수들은 '니퍼트(34·두산)'의 이름만 나와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럴 만도 했다. 삼성은 니퍼트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기억이 까마득하다. 니퍼트는 2012년 8월1일 삼성을 상대로 7이닝 1실점하며 패전을 떠안은 뒤 단 한 번도 삼성전에서 패배를 기록하지 않았다. 지난 2013년 3월30일 대구 삼성전부터는 삼성을 상대로 8연승 행진을 이어올 만큼 삼성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니퍼트는 지난해까지 삼성전에 통산 17번 등판애 13승1패 평균자책점 2.33을 올렸다.
이쯤이면 삼성 입장에서는 질색을 할 만도 했다. 2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삼성 선수들은 "이젠 전력 분석 같은 것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예전에는 더 열심히 분석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도 다 통하지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니퍼트의 높은 공에 타자들이 자꾸 손이 나간다. 맞아도 파울이나 땅볼이 나오는데 자꾸 손이 나가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천적' 니퍼트를 드디어 넘었다.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 니퍼트에게 8안타를 때려내며 4득점에 성공해 기선을 제압했다. 0-0으로 맞선 2회 2사 1·2루에서 이흥련이 2타점 중전 적시타로 선제점을 올렸고, 2-1로 앞선 6회에는 박석민과 박해민이 각각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날 니퍼트를 상대로 2루타 두 개를 때려낸 박석민은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들어간 게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선수단도 니퍼트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인 만큼 '욕심'을 버리고 들어선 것이다. 박석민은 "우리에게 너무 강한 선수다. 매번 선수들끼리 '이번에는 꼭 이겨보자'고 하고 들어가지만 그러면 더 안되더라"고 설명했다.
'빈 마음'으로 이날 경기에 임한 이유다. 박석민은 "못 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우고 들어갔다. 3타수, 혹은 4타수를 치더라도 무안타를 당한다는 생각으로 섰다"고 말했다. 그러자 '욕심'을 낼 때는 안 나오던 안타가 터져나왔다. 그는 "욕심을 비운다는 게 사실 굉장히 어렵다. 타석에 들어서면 다 홈런치고, 잘 치고 싶지 못 치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나"라며 "그렇지만 정말 멘탈적으로 다 놓고 들어가려고 했다. 투수가 잘 던지면 사실 타자는 어쩔 수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니퍼트를 상대로 마침내 길고 긴 연패를 끊어냈다. 다음 맞대결에서는 보다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을까. 박석민은 "다시 만나도 또 못친다는 생각으로 들어가야 한다. 잘 치면 좋고, 못 치면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서겠다"며 '답'을 내놨다.
잠실=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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