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감청 논란 후 감청은 감소
휴대폰이 각종 범죄 도구로 쓰이자
ID 등 개인정보 확인 건수는 늘어
지난해 하반기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감청 논란 이후 수사기관의 감청 건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름, 전화번호, ID 같은 개인 정보의 확인은 대폭 늘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각종 범죄 도구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비밀보호법 및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169개 전기통신사업자가 2014년도 하반기 검찰, 경찰, 국정원 등 수사기관에 제공한 자료 현황을 집계해 21일 발표했다. 작년 하반기 통신사업자들의 ‘통신제한조치(감청)’ 협조 건수는 문서를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337→192건) 줄었다. 감청은 수사기관이 법원 허가를 받아 유선전화 통화나 이메일, 인터넷 게시물을 확인하는 수단이다. 휴대폰 통화는 감청이 불가능해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사기관 별로 검찰과 경찰의 감청은 각각 4건(0→4건), 19건(50→69건)이 증가한 반면 국정원의 감청은 전년도보다 절반이 넘는 163건(282→119건)이 감소했다. 국군기무사령부, 해양경찰청의 경우 한 건도 없었다.
미래부는 감청 건수의 급감 이유를 작년 하반기 불거진 카카오톡 감청 논란 때문이라고 봤다. 국정원의 감청 건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은 중대 사안이 아니면 감청을 하지 않는 쪽으로 기류가 변한 것이란 해석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카카오톡 감청 논란을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사기관들도 이전보다 신중하게 감청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감청 협조 감소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전화번호, 일시, 시간 등 통화 내역과 인터넷 접속 기록, 발신지 등 위치추적 정보를 포함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은 전년 13만2,070건에서 12만7,153건으로 4,917건이 감소했다.
그러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 및 해지일자, 전화번호, ID 등 가입자 정보를 뜻하는 ‘통신자료’ 제공은 2만8,888건(479,623→508,511건)이나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눈에 띄는 것은 유선전화, 인터넷과 달리 휴대폰에 대한 자료 제공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빠르게 사용이 느는 휴대폰 통화와 인터넷이 주요 범죄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아이디를 훔쳐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피싱이나 문자 메시지 사기(스미싱) 등 신종 스마트폰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수사과정에서 통화 내역과 이용자 정보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들 자료는 감청과 달리 고용노동부와 관세청, 법무부 등 사법경찰권이 부여된 행정부처도 요청이 가능하다는 점도 자료 제공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라고 설명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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