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교감 아내의 오열

단원고 교감 아내의 오열“남편 생각하면 가슴 아파…순직 법정투쟁 끝까지”

[부제목]세월호 참사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 끊은 단원고 교감 순직 불인정

“(남편이) 하나밖에 없는 목숨 내놓으면서 책임지고 가셨는데 법에서는 그걸 허락해주지 않네요.”

21일 아내는 법정에서 눈물을 쏟으며 오열했다. 세월호 참사로 겪은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편 강모(당시 52세) 전 단원고 교감을 순직공무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재판부의 주문을 듣고 나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이승한)는 “강 전 교감의 순직을 인정해 달라”며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아내 이모씨가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씨는 “남편은 세월호가 침몰할 때 죽음을 무릅쓰고 학생들과 승객들을 구조했고, 그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외상이 직접적 원인이 돼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순직공무원에 해당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참사 당일 학생과 승객 20여명을 대피시키다 헬기로 구조됐으나 어부에게 부탁해 낚싯배를 타고 다시 사고 해역으로 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부는 ‘강 전 교감이 세월호 사고 당시 단원고 학생 등 탑승자들의 탈출을 도왔다’는 생존자 오모씨의 진술서는 인정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 당시 자신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학생 등을 구조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결의할 정도의 생존자증후군(정신적 외상)을 입게 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강 전 교감이 자살한 원인이 된 생존자증후군은 자신의 구조작업 종료 뒤 생존자로서 받은 정신적 충격과 자신만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 전 교감이 참사 당일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고 구조되고, 참사 다음날 교장 등 교사 10여명이 진도실내체육관 단상에 올라 무릎을 꿇고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지켜본 상황 등을 근거로 들었다.

강 전 교감은 그를 본 뒤 사라져 다음날 오후 체육관 뒤 야산에서 소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지갑에서 나온 유서에는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해역에 뿌려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고 써 있었다.

이씨는 “너무 억울해 힘 닿는 데까지 소송하고 싶다”며 항소 뜻을 내비쳤다. 이씨는 “이분 생각만 하면 너무 가슴 아프다. 힘 빠질 때까지 이분을 대신해 (순직 인정을 받도록 법적 다툼을) 하는 데까지 할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이어 “진실은 통할 거라고 본다”며 “(남편은) 생전 너무 진실되고, 성실하게 살았기에 제가 포기할 수가 없고 누가 대신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순직공무원이 되려면 ‘생명ㆍ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입은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