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29~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14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열린다고 국방부가 발표했다. 날짜는 30일이 유력하다고 한다.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담도 최종 조율 중이어서 조만간 한미일 안보공조 체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일 양자 간 국방장관 회담은 2011년 1월 이후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의 갈등으로 중단된 지 4년 여만이다. 국방부는 지금의 한일관계에서 양국 국방장관 회담 재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 그랬던 국방부가 아무런 설명 없이 입장을 바꾼 배경은 개운치 않다.
이번 회담은 미국과 일본의 압박에 우리 정부가 끌려간 측면이 커 보인다. 지난달 초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성 장관이 공개적으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제안했고, 이어 미일 정상회담 차 워싱턴에서 만난 양국 국방장관은 한일 및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고 합의했다. 이번 회담도 일본이 요청하고 미국이 한국에 회담 수용을 사실상 압박해 성사됐다는 게 중론이다. 미일이 주도하는 한미일 3각 안보공조에 한국이 무기력하게 끌려들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회담 내용도 껄끄럽다. 국방부는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조방안, 국방분야 교류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따른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심은 한일 간 군수지원 및 군사정보공유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미국과 일본은 3각 공조를 위해서는 우리 군과 자위대 간 물자를 융통하는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ACSA)과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체결이 필수적이라며 수 차례 비공개적으로 이를 우리 정부에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한미일 간 구속력 없는 낮은 수준의 정보공유약정을 체결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2년 우리 정부가 비밀리에 GSOMIA를 체결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좌초된 것처럼 한일 간 전면적인 군사정보 교류는 여전히 수용하기 힘든 사안이다.
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과 고민은 충분히 이해한다. 점증하는 북한의 도발 위협 등 안보 공조의 현실적 수요가 엄존하고 이를 미국 일본이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에서 과거사만 내세워 마냥 거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번 회담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안보공조가 미일의 의제를 추종하는 것이 돼서는 곤란하다. 지난해 정보공유 체결 때처럼 여론을 호도하려는 꼼수가 있어서도 안 된다. 신중하고 당당한 접근을 당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