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해 불구속기소를 결정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8명 중 처음으로 사법처리가 정해진 셈이다. 두 사람에 대한 기소 방침을 확정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있지만 봐주기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나머지 6명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두 사람의 불구속기소가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수수한 금액이 2억 원 이내면 불구속으로 처리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모두 핵심 증인을 회유한 정황이 포착됐다. 증거인멸 정황의 유무는 구속영장 청구의 일반적 기준이다. 만일 일반 형사사건이었다면 이들은 당연히 구속되고도 남았을 터이다. 수사과정에서 구속된 경남기업 임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성 전 회장 측근들은 수사 초기 증거인멸 혐의로 잇따라 구속됐다. 불법자금을 조성하거나 전달한 주체도 아닌데 성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서류를 폐기한 혐의가 적용됐다. 결과적으로 돈을 줬다고 폭로한 경남기업측 인사들은 구속되고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인사들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거나 수사도 받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게 됐다.
검찰 앞에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나머지 정권 핵심 실세들에 대한 2단계 수사가 놓여있다. 하지만 검찰은 향후 수사 계획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남은 인물 가운데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은 2012년 대선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사안의 폭발력은 물론 연루자가 여러 명이어서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지 않을 수 없게끔 돼있다. 나머지 6명은 홍 지사나 이 전 총리와는 달리 증인이나 목격자가 없어 훨씬 어려운 수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검찰의 분명한 수사 의지가 요구된다. 권력 실세들의 부패를 밝혀내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이 필요하다.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고 대선자금 수사를 머뭇거린다면 검찰에 대한 불신만 키우게 된다. 검찰 수사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