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피아니스트 김선욱
日 바이올리니스트 카미유 마유코와 트리오 결성 한중일 투어 나서
“음반으로만 보던 지안 왕과 함께 연주하는 게 신기했죠. 축구 꿈나무들이 박지성과 같이 뛸 때의 기분이랄까요?”
동아시아 삼국의 클래식 스타 세 명이 트리오를 결성해 한중일 연주 투어에 나선다. ‘국내파 천재 피아니스트’에서 ‘젊은 거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김선욱(27)과 중국 최고의 첼리스트 지안 왕, 2007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일본 바이올리니스트 카미유 마유코다. 이들은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을 시작으로 23일 상하이 콘서트홀, 29일~6월 3일 일본 5개 도시에서 공연한 뒤 한국 무대에 선다. 6월 5일은 서울 예술의전당, 6일은 경기도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20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김선욱은 “연습하다가 수염도 못 깎았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혼자 연습하면 나태해질까 봐 연습시간을 정해뒀어요. 어느 도시에 가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연습하죠.”
세 사람이 트리오를 구상한 것은 2012년 12월 말. 2010년 여름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가한 지안 왕은 김선욱이 첼리스트 정명화와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 그에게 트리오 구상을 제안했고, 마유코에게도 동일한 제안을 했다. 김선욱은 “(지안 왕은) 평소 존경하던 음악가라 함께 연주한다는 게 신기했는데 연주회 때 보니 배려심도 깊었다”고 말했다. “트리오의 매력은 누구 하나가 튀면 안 된다는 거죠. 피아니스트는 악기 특성상 솔로가 익숙한데 실내악을 연주할 때면 다른 이의 연주에 귀 기울이는 것, 바이올린 첼로가 돋보여야 할 때 받쳐주는 것, 그러면서도 반주에만 그치지 않게 나설 때는 나서는 것을 다 경험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세 사람이 협의해서 정했다. 베토벤 피아노 3중주 5번 ‘유령’과 7번 ‘대공’, 브람스 피아노 3중주 1번,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3중주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등 4곡이다. 한 공연에서 두 작품씩 연주한다. 서울 공연에서는 ‘유령’과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을, 용인 공연에서는 ‘대공’과 ‘브람스 1번’을 들려준다.
“대표적인 피아노 3중주 곡들인데 작곡가의 개성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베토벤은 독일 작곡가답게 절제미가 뛰어나고 차이코프스키는 반대로 다이나믹하고 드라마틱하죠. 브람스 삼중주 1번은 정말 낭만적인 작품이에요. 베토벤이 죽어도 ‘사랑해’란 말을 안 하면서 사랑을 표현한다면, 차이코프스키는 ‘사랑해 사랑해’를 무진장 반복하고, 브람스는 안달 나게 하는 식이죠.”
10살인 1998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영재 시리즈로 데뷔한 김선욱은 2006년 영국 리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0년 가을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지휘공부를 시작하며 ‘정명훈 키즈’로 불리기도 한 그는 “지휘 공부가 큰 그림을 그리는데 확실히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피아니스트로 기량을 다질 때”라고 말했다. “정명훈 선생님이 매 연주회가 오디션 같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는데, 정말 어떤 연주회도 소홀할 수 없어요. 최고의 기량을 선보여야 다음에 다시 초청받으니까요. 각자 개성과 기량을 조율하며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이번 공연이 부담되면서도 기대됩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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