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육포럼 특별발표회장에서
문아영 "평화교육프로젝트…" 대표
발언권 못얻자 꺼진 마이크로 발언
"빚 내서 공부하는 청년 세대의 어두운 이야기ㆍ구조적 문제 다뤄야"
“다음 15년 동안의 세계교육 목표를 잡기 위한 회의에서 90분 동안 한국교육에 대해 칭찬만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유네스코 주최로 15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적인 교육행사인 세계교육포럼(WEF) 둘째 날인 지난 20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의 ‘한국교육 특별발표회’에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해 각국 대표들의 박수갈채를 받은 여성이 있었다. 평화교육자 양성 등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인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의 문아영(32)대표다.
문 대표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토론자로 나온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한국청년들은 돈이 많이 들어서 결혼ㆍ출산을 원치 않고, 70%의 가정이 뜨거운 교육열 때문에 교육비를 자발적으로 낸다고 말한 것이 사실과 달랐다”면서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회는 한국 교육의 발전상과 우수성을 외국 대표들과 전문가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다. ‘개인과 국가 발전을 위한 역동적인 한국교육’이란 주제로 황우여 교육부장관과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의 발표가 끝난 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회가 진행됐다. 문 대표는 토론회가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 기회를 얻기 위해 7분 가량 기다렸다. 하지만 자신에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은 채 질의응답이 마무리되려 하자 “안 되겠다 싶어 (진행자 허락 없이)마이크를 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문 대표는 영어로 염 총장의 발언을 지적하며“한국의 가족들은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빚을 내는 것”이라며 “빚을 낸 학비를 갚기 위해 고생하는 청년세대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해야 균형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두 세 마디를 했을 때 이미 마이크는 꺼져있었다. 문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차분히 말을 이어가며 “토론자 6명과 질문자 2명이 모두 중년 남성인데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유네스코 행사에서 왜 여성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자 참석자 중 수백 명이 문 대표를 향해 손뼉을 치며 주위로 몰려와 그의 발언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문 대표는 “참석자들로부터 ‘모두가 그렇게 공감했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했는데 이야기 해줘서 고맙다’ ‘포럼이 이렇게 구성된 건 문제가 많다’ ‘양성평등 문제도 언급해야 한다’ 같은 공감과 격려의 말을 들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컨벤시아 바로 앞에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단체들의 거리 전시가 열리고 있어 이곳에 참석한 외국 대표들도 한국교육의 명암이 존재한다는 걸 이미 공감한 상태”였다며 “제가 발언한 이유는 우리가 교육에 대해 정말 고민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또 “한국 교육의 현장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 주체들이 정작 세계교육포럼에 없었다”며 “국제적으로는 어린이들이 전쟁과 분쟁을 겪지 않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모두 교육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논의가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는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 대표가 유엔 평화대 평화교육 석사과정에서 만난 동료와 함께 2012년 문을 열어 평화교육 확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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