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홍도 유람선 사고 때
마을방송 활용 전원 구조 벤치마킹
전남 강진군서 첫 민·관 합동훈련
해경상황센터→마을방송 시스템화
20여척 100여명 주민들 구조 동참
“애앵~ 애앵~ 마을주민 여러분 완도해경입니다. 현재 고금대교 인근 해상의 화진호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방송을 들은 선장님들은 지금 즉시 선박을 이용해 구조에 협조해 주기기 바랍니다.”
21일 오전 11시 10분쯤 전남 강진군 마량항 어촌 신마마을 등 6개 마을의 스피커에선 싸이렌 소리에 이어 긴급 마을방송이 울려 퍼졌다. 어구를 손보던 어민들과 집안에서 쉬고 있던 주민들은 방송이 끝나자 부리나케 항구로 향했다. 마량항에 정박해있던 어선 20여 척은 일제히 엔진을 가동했다. 마을 주민들 100여명은 어선에 나누어 승선, 불이 난 배를 구하러 출발했다. 마을방송이 나오고 민간어선이 출발하는데 까지 5분이 소요됐다.
이날 불이 난 것처럼 가정한 화진호의 화재신고 접수는 오전 11시에 이뤄졌다.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완도상황센터(122)는 화진호의 SOS 신호를 접수한 동시에 상황전파 및 구조지시를 내렸다. 마을방송이 시작될 즈음 완도해경 함정1척과 순찰정, 소형방제정이 긴급 출항했고 122구조대도 출동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민간 어선이었다. 사고전파 7분 후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과 낚싯배 등 민간어선이 달려왔고, 화재 어선에서 해상으로 뛰어든 선원 2명을 구명환을 이용해 구조했다. 직후 사고현장에 도착한 122구조대원은 화재 선박 선장을 구하기 위해 승선했고, 해경 함정, 방제정 등은 소화포를 작동해 화재선박을 진화했다.
이처럼 인명구조와 화재진압까지는 불과 25분이 소요됐고, 사고선박을 마량항까지 안전하게 예인조치까지 하는데도 40분이 넘지 않았다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한 이날 훈련은 서해본부 주관으로 연안 해상사고 발생 시 민ㆍ관 합동 대응체제를 갖추고자 시행됐다. 마을방송 시스템을 활용한 민ㆍ관 합동 대응훈련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이 같은 훈련이 탄생한 것은 지난해 9월 30일 전남 신안군 홍도 해상에서 일어난 유람선 좌초 사고가 계기가 됐다. 승선원 110명을 태운 유람선 바캉스호가 암초에 부딪혀 가라앉기 시작했지만 30분 만에 전원이 구조됐다. 당시 전원 구조의 일등공신은 마을방송이었다.
해경 홍도출장소 최재권 경위는 사고 접수와 동시에 마을이장에게 전화를 걸어 신속하게 선박들이 동원될 수 있도록 마을방송을 요청했다. 이장은 곧바로 마을방송으로 주민들에게 구조요청을 알리면서 인근의 민간 선박들이 출동해 신속한 구조가 이뤄질 수 있었다.
이 때의 경험에서 착안해 서해본부가 지자체에서 구축한 마을행정방송을 이용한 구조활동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에 서해본부는 이장이나 어촌계장을 거치지 않고 지역 해경안전서 상황센터에서 접수와 동시에 사고 인근마을로 방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예산이나, 장비, 추가인력 투입도 없이 빠르게 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이 탄생했다. 대응시간 단축뿐 아니라 동시에 다수의 선박이 투입될 수 있는 일석이조 대응방식이다.
송나택 서해본부 본부장은“해상사고의 경우 분초 단위로 인명구조의 성패가 갈린다”면서 “민·관의 합동 대응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구조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훈련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진=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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