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 하고 싶다'는 꿈을 꾼 적이 있는가. 새내기 사회인의 꿈이란 대개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고 싶다거나 성숙한 이성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다는 것. 특히 성(性)과 관련한 지위와 역할은 성년이 되면서 몸으로 부딪혀 학습하게 된다. 그러나 '금기'가 풀리면 '책임'이라는 짐이 주어진다. 성년과 미성년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20대 초반 청춘남녀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성이라는 단어 앞에선 작아지는 사회. 1편에서는 대학생이 성생활에서 겪는 개인적 고민을 들어보았고, 2편에서는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성과 부딪히는 대학생들의 문제들을 다뤘다.
<2>'몸만 자란 어른'들의 세계
<3>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기
● 캠퍼스는 데이트폭력의 위험지역
'지성의 전당'인 대학 캠퍼스들이 성의식 부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등의 문제는 친구, 선후배, 스승과 제자 사이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선후배, 스승과 제자 등 특수관계로 이어져 있는 대학은 데이트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여대생 송경아(21·가명)씨는 자신의 데이트폭력의 피해자임을 깨닫고 얼마 전 과 선배이자 남자친구에게 결별을 고했다. 송씨의 남자친구는 윽박지르다가 화를 참지 못하면 물건을 던졌지만, 감정이 잦아들면 진심으로 사과하며 용서를 빌곤 했다. 송씨는 "나를 좋아해서 화를 낸 거라고 이해했지만 같은 행동이 반복될수록 무서워 관계를 끝냈다"고 말했다.
문제는 데이트폭력이 발생해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례는 훨씬 많다. 송인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가부장적·남성중심적 문화도 캠퍼스 성범죄 발생의 원인"이라면서 "자신의 성적결정권이 중요하듯 상대방의 성적결정권을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온라인 넘어 일상으로 온 ‘혐오’
온라인 공간만의 문제로 여겼던 '여성 혐오 발언’도 이미 대학생들의 일상을 침범하고 있다. 서울소재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조봄이(21·가명)씨는 최근 남자 동기에게서 "김치녀 같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김치녀'는 사회?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의존적인 태도를 보이는 여성을 비하하는 은어다. '김치녀' 이외에도 '삼일한' '상폐녀' 등 성(性)과 관련된 은어들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사소하고 일상적으로 보이지만 여성 혐오와 폭력을 부추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박효정 이화여대 간호학부 교수는 "대학생들이 실제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해 SNS 등으로 대화를 나누는 빈도가 높아지다 보니 인터넷 언어와 현실 세계의 언어를 구분 짓지 않고 성적 은어를 쉽게 내뱉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 캠퍼스 성범죄, 대학은 숨기기 급급
대학들은 성범죄 예방 교육에 앞장서기 보다 숨기기에 급급하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5년간 대학 내 성범죄 현황' 자료를 교육부에 요청한 결과, 4년제 대학 197개 중 70개교가 개인정보 보호 등을 명분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료를 제출한 127개 대학에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발생한 성범죄가 114건, 성범죄를 범한 교원은 44명이나 됐다.
캠퍼스 내에서 성희롱이나 성폭행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초 서강대 경영대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성희롱성 레크레이션이 진행돼 학생들이 반발하고 학생회가 공개 사과했고, 강석진 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의 경우 제자와 인턴 등 여학생 9명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현장에서는 대학생들을 위한 성사회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방된 성문화로 대학생들의 성경험은 늘었지만,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성교육 부재가 대학내 성범죄 증가에 영향향을 준다는 얘기다. 노정민 고려대학교 양성평등센터 상담사는 “대학생들은 자신이 성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내용은 생물학적이고 테크닉적인 부분에 불과하다”면서 “성범죄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려면, 성에 대한 편견 및 선입견이 조성되지 않게끔 성 역할이나 성 평등, 성 인권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k.co.kr
조한울인턴기자 (한양대 영어영문학과3)
김연수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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