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40억. 2006년말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박명환(38)이 두산에서 LG로 이적하며 세운 당시 FA 투수 최고 몸값이다. 150㎞의 강속구에다 140㎞대 고속 슬라이더로 두산 에이스 노릇을 하던 그를 '잠실 라이벌' LG가 전격 영입했다. 하지만 박명환은 부진했다. 이적 첫 해인 2007년에만 10승6패를 기록했다. 나머지 시즌에는 두 자릿수 승수는커녕 100이닝도 넘기지 못했다. 고질적인 어깨 통증이 그를 '먹튀'로 만들었다.
문제는 정확한 병명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MRI(자기공명촬영) 검사 결과 오른 어깨에는 별 다른 이상이 없었다. 당시 그를 곁에서 지켜본 한 야구인은 "1999년 처음 통증을 느낀 뒤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하지만 MRI로는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아 구단과 선수 모두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이 관절경 수술이다. 22일 류현진(28ㆍLA 다저스)이 받은 수술과 같다.
류현진은 이날 닐 엘라트레체 박사의 집도로 어깨 수술을 받았다. 엘라트레체 박사는 그 간 류현진의 어깨를 점검해 온 구단 주치의다. 이에 따라 류현진은 '시즌 아웃'이 확정됐다.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해도 남은 경기에 뛸 수 없다.
관절경 수술은 작은 관을 삽입해 환부 안쪽의 상태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MRI 촬영에서 나타나지 않은 어깨의 통증 원인을 정확하게 살필 수 있다. 이 때 어깨 부상 상태가 생각보다 가벼우면 아예 손을 안댈 수 있고, 이상이 발견되면 연골 일부를 살짝 깎아내기도 한다. 연골, 힘줄 문제가 심할 경우 선수 생명을 건 수술이 될 수도 있다.
박명환은 2008년 6월11일 조브 클리닉에서 관절경 검사를 하는 동시에 어깨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어깨가 아주 심각하지 않지만 부분적으로 수술이 필요했다. 어깨 후방 관절막 일부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의 나이는 서른 한 살. 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 예상 재활기간은 4개월이었지만 수술을 받음으로써 재활기간이 8~10개월로 늘어났다.
그러나 박명환이 제대로 공을 던지기까지는 4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LG에서는 사실상 공을 못 던졌다. 어깨 수술 여파와 허벅지, 허리 부상까지 겹치며 풀타임 출전은 고사하고 몇 차례나 반복해서 통증을 느꼈다. 그나마 NC 유니폼을 입은 현재 기교파 투수로 변신해 투수다운 공을 뿌리는 중이다.
이처럼 어깨 수술은 투수에게 치명적이다. 칼을 대는 순간, 남은 선수 생활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류현진이 애초 재활에 포커스를 맞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송진우 KBS N 해설위원은 "팔꿈치 수술은 큰 거부감이 없는데, 어깨는 다르다. 나도 현역 시절 어깨가 아팠지만 수술은 못하고 약물 치료인 신경차단술을 받았다"고 했다.
결국 긍정적인 사고와 유연한 몸을 갖는 류현진이 재활을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통증이 재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어깨 수술을 받은 선수는 통상 3∼4주 동안 관절 안정, 염증 완화, 수술 부위 회복을 위해 안정을 취한다. 이후 관절 각도를 회복하는 ROM(range of motion·관절운동범위) 운동 단계에 들어가고, 서서히 근력 회복을 시작한다.
다음 단계는 투구 재활 프로그램인 ITP(Interval Throwing Program)다. 처음에는 60∼70m 원거리에서 던지다가 송구 능력이 회복되면 짧은 거리에서 높은 강도로 뿌린다. 이후 불펜에서 포수를 앉히고 던지는 하프 피칭에 들어가고, 구위가 회복되면 타자를 세워놓고 라이브 피칭을 실시한다.
허재혁 SK 트레이너는 "구단이 발표한 내용과 현지 언론에서 나오는 기사만 보면 관절와순일 가능성이 높다. 관절와순은 통증 정도에 따라 1~4단계로 나누는데, 2단계 이상일 경우 재활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며 "6개월 정도 지나면 회복될 수 있지만 통증이 재발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조대현 NC 트레이너는 "ITP에 들어갈 때 조금씩 통증이 올 수 있다. 이를 이겨내야 한다"며 "라이브 피칭, 실전 피칭을 할 때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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