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빌리려다 6400만원 뜯겨… 150억대 대출사기단 적발
대구경찰, 96명 적발 26명 구속… 중국 보이스피싱조직 벤치마킹 한 국내파
저신용자 대상 “저금리대출” 미끼 보증보험료 등 명목 받아
검찰, 범죄단체 조직ㆍ가입혐의로 기소
중국의 보이스피싱 조직을 벤치마킹 한 뒤 저신용자들에게 저금리대출을 해 주겠다며 지난 3년간 150억원을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챙긴 대규모 대출사기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피해자 중에는 5,000만원을 빌리려다 6,400만원을 떼인 경우도 있었다. 이미 송금한 수수료 생각에 사기단의 요구에 응하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린 경우다.
대구지방경찰청은 21일 자영업자나 의사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저금리대출 전환을 미끼로 보증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거액을 갈취한 혐의(사기)로 국내자금 총책 이모(30)씨와 콜센터 상담원 정모(30)씨 등 26명을 구속하고 19명을 지명수배하는 등 96명을 적발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들 중 21명에 대해 범죄단체 조직 및 가입혐의로 기소했다. 혐의가 인정되면 직접 사기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처벌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해외로 도피한 총책 박모(42)씨 등의 지시에 따라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지난해 6월까지 3년간 모두 214명으로부터 13억4,000여 만 원을 보증보험료와 인지대 등의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 특히 범죄수익금을 관리한 계좌 3개에는 3년간 150억 원이 입금된 것으로 미뤄 피해규모는 확인된 것의 10배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중국의 보이스피싱 사기단을 벤치마킹 한 뒤 중국에 4개 팀, 국내에 2개 팀 모두 6개의 콜센터를 설치했다. 금융기관 등에서 대출상담사나 중개인 경험이 있는 사람을 15~30%의 성공보수금을 주는 조건으로 상담원으로 모집했다. 상담원들은 주로 생활정보지 등에서 ‘주부사원 모집ㆍ월수 300만원 보장’ 등의 광고를 보고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원들은 무작위로 ‘저금리대출’ 등의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혹시 고금리대출을 쓰고 있으면 저금리로 바꿔주겠다”고 유인했고, 신용도가 낮은 자영업자나 무직자, 급전이 필요한 의사나 공무원들이 걸려 들었다.
사기단은 피해자들에게 “저금리 대출을 위해 보증보험료가 필요하다”며 대출예정금액의 10~15%를 요구했고, 대포통장으로 입금 받은 돈은 전액 인출책을 통해 현금으로 빼낸 뒤 다시 수익금 관리통장으로 재입금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확인된 피해액은 총 사기금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피해액은 적게는 20만원, 평균 500만~600만원이 많았고 일부는 5,000만원을 빌리려다 6,400만원을 뜯기기도 했다. 이 피해자는 맨 처음 500만원을 송금했으나 사기단이 이런 저런 명목으로 추가 송금을 요구했고, 이미 송금한 돈을 떼일 것을 우려해 계속 보내다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의심하는 눈치가 보이면 위조한 금융기관 재직증명서를 보내 주었고, 대부분 피해자들은 지정한 계좌가 해당 금융기관 법인계좌인줄 알고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들은 의사 공무원 교사 회사원 주부 간병인 취업준비생 무직자 등 다양했으며, 주로 신용불량으로 정상적인 대출이 어렵거나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사기단 조직원 중에는 부부관계가 3쌍, 연인 8쌍, 형제 4쌍과 4남매가 모두 가담한 경우도 있었다.
대구지방경찰청 강신욱(경정) 지능범죄수사대장은 “범죄수익금 관리 통장에 입금된 150억원 모두 사기금액으로 보이지만 대포통장에서 현금으로 찾아 현금으로 입금했기 때문에 피해자를 모두 확인하지 못했다”며 “최근 자수한 조직원들이 해외도피중인 총책 등이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계속 범행 중이라고 진술함에 따라 현지경찰과 공조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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