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K 박정권(위)-KIA 나지완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선수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슬럼프. 슬럼프를 마주하면 선수 본인은 물론 감독 또한 깊은 고민에 빠진다. 2군으로 내려 보내 전환점을 마련해주거나 1군에서 계속 끌고 가며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한다. 대개 감독들은 전자를 택한다.
최근 2군에 내려간 타자는 두산 홍성흔(38)과 NC 모창민(30)이다. 타격 침체에 빠진 둘은 지난 18일 나란히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군에서 편하게 잘 준비해서 올라올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고, 김경문 NC 감독은 "그 동안 주전으로 뛰어왔는데 2군에서 시간을 갖고 새로운 기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엔트리 제외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의 2군행은 충격 요법이 아닌 '힐링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다. 2군을 다녀온 뒤 전환점을 마련한 선수들도 있다. SK 박정권(34)과 넥센 브래드 스나이더(33)가 대표적인 경우다. 박정권은 지난달 29일 2군에 내려가기 전까지 타율 2할3푼2리 2홈런 11타점에 그쳤다. 그리고 9일 1군 복귀 이후 최근 9경기에서 타율 3할2푼4리 2홈런 5타점으로 살아났다.
박정권은 "매년 반복되는 초반 부진에 신경 쓰다 보니 급했고 쓸 데 없는 힘이 들어갔다"며 "2군에서 정신을 정리하고 편안하게 쉬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고 슬럼프 극복 비결을 밝혔다.
스나이더 또한 1군 복귀 후 최근 8경기 타율이 3할2푼3리 2홈런 7타점으로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사실 스나이더는 개막 후 한 달 동안 타율 1할8푼4리로 팀이 기대했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난달 26일 kt전을 끝으로 스나이더를 빼면서 "한 달간 시간을 준다. 스케줄도 직접 짜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전했다.
안정을 찾은 스나이더는 염 감독에게 "준비가 됐다"는 의사를 전하고 12일 다시 올라왔다. 돌아오고 난 뒤 자신을 기다려준 염 감독과 팀에 보답을 했다. 스나이더는 "스윙과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며 "예전보다는 훨씬 더 여유로움이 생긴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박정권, 스나이더와 달리 KIA 나지완(30)은 2군을 다녀온 뒤에도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할대 타율에 허덕이던 그는 5일 NC전 이후 2군에 갔다가 열흘 만에 다시 올라왔지만 복귀 이후 4경기에서 달랑 안타 1개를 쳤다. 심지어 20일에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기도 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팀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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