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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콘덴세이트 수입 싸고 엇박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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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콘덴세이트 수입 싸고 엇박자, 왜?

입력
2015.05.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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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동산 원유 의존도 낮추려

"FTA체결국에 수출 허용" 美에 제안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중동산 선호

"미국산이 수송비 더 들고 정제시설도 안 맞아 경제성 떨어져"

최근 정유ㆍ석유화학 업계에 이름도 생소한 ‘콘덴세이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비정제 초경질유인 콘덴세이트는 셰일오일이나 셰일가스, 천연가스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일반 원유보다 깨끗하고 질이 좋다. 요즘 미국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많이 개발하면서 덩달아 콘덴세이트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에 원유 수출을 금지해 온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지난해 일부 업체들에 한해 콘덴세이트 수출을 허용했다. 그 바람에 콘덴세이트 수입 여부가 국내 에너지업계의 민감한 화제로 부상했다. 정부는 더 많이 들여오기를 원하나 정작 수입해야 할 기업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2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기회로 보고 미국에 콘덴세이트 수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제 2차관이 워싱턴까지 날아가 미국의 에너지 관련 행사인 ‘엠버시 시리즈’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게 예외적으로 콘덴세이트 수출을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유 수입선을 중동에서 미국 등으로 다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내 정유ㆍ석유화학 업계는 미국산보다 중동산 콘덴세이트가 더 경제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유는 생산지역마다 다른 기름의 특성 때문이다. 중동산 콘덴세이트는 불필요한 황 성분이 많지만 간단한 정제 공정을 거치면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납사(나프타)를 70~80% 얻을 수 있다. 반면 미국산은 황이 적으나 납사 수율이 50%에 불과하다. 대신 등유와 경유가 중동산보다 더 많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시설도 문제다.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기업들의 콘덴세이트 정제시설은 대부분 중동산 원유에 맞춰 설계돼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산을 넣으면 배관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미국산 콘덴세이트는 수송비가 많이 든다. 원유는 대형 선박으로 한번에 100만~200만배럴씩 실어 나르는데, 미국산 콘덴세이트는 미국 항구 문제 때문에 작은 배에 나눠 운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콘덴세이트가 주로 선적되는 텍사스만의 주변 부두는 수심이 얕아 큰 배가 들어가지 못한다”며 “중동산보다 수송비가 배럴당 4, 5달러가량 더 든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에너지 업계는 아직까지 미국산 콘덴세이트의 본격 수입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GS칼텍스가 선두로 미국산 콘덴세이트를 들여왔지만 하루 원유 정제량(77만~78만배럴)에도 미치지 못하는 40만배럴 분량이다. 업계는 수익성을 따져보기 위한 시험 도입으로 해석한다.

최근 유가 하락 때문에 미국산 콘덴세이트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업계에서는 가능성 낮다고 본다. 미국산 원유 가격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중동산 두바이유보다 값이 크게 떨어져도 생산자는 그만큼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여건들 때문에 당분간 미국산 콘덴세이트 수입이 어려울 것이란 업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 콘덴세이트의 경쟁력이 생길 수도 있다”며 “정부에서 각 유종에 따른 경제성과 수입선 다변화를 놓고 세심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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