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포럼 참석… 인재 강조
"경영진이 할 일은 직원 활동 지원
가장 힘 없는 CEO가 내 목표"
“직원들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힘없는 CEO가 되는 것이 목표다.”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 업체 ‘슈퍼셀’은 본사를 포함해 전 세계 5개국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169명뿐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클래시 오브 클랜’과 ‘헤이데이’ ‘붐 비치’ 단 3개의 게임만으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1조8,600억원(17억달러)을 벌어 들였다.
이 같은 성공 뒤에는 ‘최고의 사람들이 최고의 게임을 만든다’는 일카 파나넨 최고경영자(CEO)의 창립 원칙이 있다.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막한 서울디지털포럼 강연을 위해 처음으로 방한한 그는 “내가 할 일은 최고의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뿐”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힘 없는 CEO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10년 창업 당시 세계 게임업계를 주도한 한국 게임업체들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파나넨 CEO는 이번에 반대로 ‘슈퍼셀의 성공 비결’을 한국에 전했다. 그는 슈퍼셀이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의 게임 업체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일반 기업과 다른 조직 구조에서 찾았다.
슈퍼셀은 ‘셀’ 이라는 작은 단위의 조직으로 구성됐다. 5명 정도로 이뤄진 각 셀은 아이디어 제안부터 게임 개발,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 수행한다. CEO 등 경영진의 역할은 직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 그친다. 경영진이 전략과 방침을 정하면 직원들이 따르는 보통의 기업 조직을 거꾸로 뒤집은 셈이다. 파나넨 CEO는 “이용자들과 가장 가까운 직원들이 회사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라며 “모든 직원이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면 일 처리가 빨라지고 재미있게 일하는 문화가 정착된다”고 설명했다.
슈퍼셀은 회사 규모를 키우지 않는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늘 작은 회사로 남으려고 한다. 정보기술(IT) 업체인데도 모바일 메신저나 사회관계형서비스(SNS) 이용은 권장하지 않는다. 파나넨 CEO는 “셀 사이에 갈등을 막고 연계효과를 내려면 직접 살을 맞대는 게 중요하다”며 “정기적으로 전 세계 모든 직원들이 1주일 동안 한 곳에 모여 생활하고 다른 국가 사무실을 자주 방문하라고 독려한다”고 강조했다.
사람 관계를 중시하는 만큼 채용 기준도 까다롭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성향과 찾아서 일하는 주체적 자세, 정직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꼼꼼한 인터뷰를 통해 이 세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슈퍼셀의 일원이 될 수 없다. 파나넨 CEO는 “서로 도우려는 기업 문화는 산업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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