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들은 마치 주문에 걸려 있는 듯했어요. 굉장히 특별한 곳이더군요.”
영국 록 밴드 블러가 12년 만에 새 앨범 ‘매직 휩’을 내놓으며 ‘평양’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다. 리드 싱어인 데이먼 알반이 2년 전 평양에 다녀온 경험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 알반은 최근 인터뷰에서 “평양에서 하루 반나절을 보내는 동안 느꼈던 걸 내 딸에게 엽서로 쓴 것 같은 노래”라고 설명했다.
‘평양’은 직접적으로 평양을 묘사하는 곡이 아니다. “우연히 북한에 대한 기사를 읽고 그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생겨 직접 여행하게 됐다”는 알반은 “확실히 여러 방면에서 저개발된 도시였지만 반대로 도시의 풍경은 굉장히 아름다웠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BBC 라디오의 1일 DJ를 맡아 북한 가극 ‘금강산의 노래’ 중 ‘경치도 좋지만 살기도 좋네’ 를 튼 적이 있다. 알반은 “북한의 음악은 사람들이 마술에 걸리도록 힘을 실어주는 듯했다”고 했다.
2003년 ‘싱크 탱크’를 발표한 뒤 해체 상태였던 블러는 2008년 원년 멤버 그레이엄 콕슨이 복귀하며 재결합 공연을 이어갔다. 2년 전 일본 공연이 갑작스레 취소돼 닷새간 홍콩에서 머물며 새 앨범 제작을 시작했다. 드러머 데이브 론트리는 “처음 재결합을 했을 땐 서로 부담 주지 않고 차근차근 호흡을 맞추는 데만 신경 썼다”며 “오랜 기간 비가 내리다가 맑은 하늘에 별이 뜬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홍콩의 낡고 후텁지근한 스튜디오에서 자유롭게 나눈 아이디어를 토대로 기타리스트 콕슨과 프로듀서 스티븐 스트리트가 앨범을 완성했다. 음악은 블러의 이전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앨범 커버엔 중국색을 짙게 담았다. 아이스크림 네온사인 양 옆으로 블러의 중국어식 표기인 ‘模糊(모호)’, 앨범 제목 ‘魔鞭(마편)’이 쓰여져 있다. 알반은 “어떤 느낌인지 말하긴 어렵지만 녹음 스튜디오마다 그 지역만의 사운드와 기운이 있기 때문에 이번 앨범에 동양적 색채가 짙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블러는 1996년 한국에서 단 한 차례 공연했다. 태권도 유단자인 알반은 당시 태권도장에서 솜씨를 선보이다가 발톱을 다치기도 했다. 론트리는 “데이먼과 나는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는데 한국 공연 때 태권도 수업을 받던 게 기억난다”며 “매우 즐겁고 재미있는 기억이었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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