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입양 등 가족 형태 확산 불구
"혈연중심의 개념 고수해 차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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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혼해 가정을 이룬 계부ㆍ계모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사위ㆍ며느리의 피부양자가 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그대로 두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친족 중심의 가족 체계가 바뀌어 재혼, 입양 등을 통한 다양한 가족 형태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을 차별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배우자의 계부모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에 포함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A씨는 자신의 계부와 친어머니를 건보 직장가입자인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등재하려 했으나 계부의 등재를 거부당했고, 이에 “재혼가정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은 가입자 본인의 부모에 대해서는 혈연으로 이어진 부모뿐 아니라 계부모도 인정하지만, 장인ㆍ장모, 시부모 등 가입자의 배우자 부모는 혈연으로 맺어진 직계존속만 인정하고 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는 자신의 근로나 재산으로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가족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시켜 보험 혜택(급여)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진정을 검토한 인권위는 해당 조항을 불합리한 차별행위로 판단, 복지부에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단지 혈족(직계존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친부모와 계부모를 다르게 대우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이혼과 재혼이 증가해 가족 구성이 다양화된 상황에서 계부모도 친부모와 같은 실질적인 가족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민법에서도 배우자의 계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현재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2,000만명이 넘을 정도로 많아 정책적으로 피부양자 대상을 축소하고 있으며, 계부모는 직장가입자인 자신의 계자녀나 친자녀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며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미 2006년 유사한 진정이 제기돼 복지부에 같은 내용을 권고했고, 당시 복지부가 이를 수용해 2008년 말까지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오래된 일이라 관련 문서를 찾을 수 없어 확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가족 지원 정책을 펴는 복지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가족 개념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균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배우자 부모가 재혼 부부라서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입양된 자녀가 피부양자가 되듯 재혼 부모에게도 똑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이 통합되기 전인 1995년 지역의료보험의 적자가 심해 가입자 본인의 계부를 지역가입자에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포함시켰던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피부양자가 너무 많아 기준을 늘리기보다 외국처럼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등으로 제한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선희 한국노총 전략기획본부 국장은 “실제로 이 조건에 해당하는 계부모는 극소수라 건보 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족 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가 혈연 중심으로 가족을 축소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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