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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학과 사랑에 빠져… 20여년 소외계층 돌본 이탈리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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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학과 사랑에 빠져… 20여년 소외계층 돌본 이탈리아 신부

입력
2015.05.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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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종 신부 올해의 이민자상

경기 성남에서 '안나의 집'을 운영하며 노숙자와 가출청소년들을 돌봐온 김하종(오른쪽에서 네 번째) 신부가 20일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상인 '올해의 이민자'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경기 성남에서 '안나의 집'을 운영하며 노숙자와 가출청소년들을 돌봐온 김하종(오른쪽에서 네 번째) 신부가 20일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상인 '올해의 이민자'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집에 어려움이 있어서 가출해 길에서 살면서 고생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이탈리아인 김하종(보르도 빈첸시오ㆍ58) 신부가 1998년부터 경기 성남시에 ‘안나의 집’을 세워 소외계층을 돌봐온 공로로 20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8회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상인 ‘올해의 이민자’상을 받았다.

김 신부는 1990년 한국에 와 ‘하느님의 종’이란 뜻을 담은 이름을 새로 짓고 빈촌이던 성남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소 운영으로 출발해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 운영, 외환위기 이후 노숙자 무료급식 및 쉼터, 가출 청소년 쉼터 등으로 봉사 대상을 늘렸다. 요즘은 오후 10시~오전 2시쯤 거리로 나가 방황하는 가출 청소년들을 만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쉼터에 온 아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직업 찾기도 돕는 그는 “부모님 문제로 상처 입은 채 길에서 사는 아이들의 사연은 접할 때마다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민자상을 받고 법무장관과 악수하는 김하종(왼쪽) 신부. 법무부 제공
이민자상을 받고 법무장관과 악수하는 김하종(왼쪽) 신부. 법무부 제공

김 신부가 머나 먼 이국 땅에서 어려운 사람 돕기에 나선 계기가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난독증으로 적잖은 좌절감을 맛봤다. 힘든 나날을 거치면서 그의 마음 속에서 실의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신학대를 선택했고 1987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지금도 난독증을 앓고 있는 부모ㆍ자녀를 상대로 한 교육, 난독증 관련 외서 번역, 난독증 관련 국제세미나 등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돕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신부는 “한국에 왔을 때 ‘대한민국’이란 글자를 제대로 읽지 못했을 정도로 난독증이었다”며 “난독증을 완전히 치유하기는 어렵지만 관리를 통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알리고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멀어도 여러 나라가 있는데 왜 한국이었을까. 대학 시절 타고르 시집을 통해 동양철학의 빠진 그는 한국의 철학과 역사를 알면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문화와 철학이 멋있어 사랑에 빠졌다”며 “기쁘고 아름다운 가르침이 많다”고 말했다.

김 신부가 운영하는 ‘안나의 집’은 지금까지 약 150만명이 이용했고 거쳐간 자원봉사자는 600여명에 이른다. 운영비의 70%를 독지가와 기업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규모를 늘리면서 쌓인 빚도 적지 않다. 그는 이를 그냥 시설이 아닌 ‘빈자들의 성당’으로 여긴다. “쉼터에 있다가 다시 직장생활 하고 결혼도 하며 잘 지내는 사람을 만날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무료급식을 받거나 쉼터를 거쳐간 노숙자 등이)돌아가셔서 장례식에 갈 때는 반대로 너무 마음이 아프고요.”

법무부 주관으로 이날 열린 기념식에서는 단체로는 서울 동대문구에서 이주노동자센터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푸른사람들이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 밖에도 국무총리상 7명, 법무부장관상 7명 등 모두 16명과 단체에 상이 돌아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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