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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돌연 입장 바꿔 "규제 개혁, 아베노믹스에서 배우자"

입력
2015.05.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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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농업·의료 등 개혁 성과

뛰는 일본, 기는 한국 전락할 수도"

일본 1분기 GDP 0.6%나 성장

정부가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이례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나섰다. 그간 일본 경제정책을 공공연히 저평가했던 정부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지지부진한 규제완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을 언급하며 “일본은 농업 의료 관광 등 분야에서 덩어리 규제개혁 성과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데, 우리 구조개혁은 이해집단 간의 갈등조정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칫 잘못하면 ‘뛰어가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으로 신세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 부총리는 “일본의 경제ㆍ사회 환경이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각 부처는 일본 성장전략의 주요 내용과 성과를 점검하고 규제개혁 방식과 추진과제 등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지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일본 배우기’에 나선 것은 기존 입장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9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만 해도 아베노믹스에 대해 “막다른 골목에서 윤전기로 돈을 찍어내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평가절하 하는 등 일본과의 비교 자체를 언짢아했다.

이런 급격한 태도 변화의 밑바탕에는 최근 규제완화나 구조개혁에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조급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언급한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은 사실상 고강도 규제완화 대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농업과 보건ㆍ의료, 관광 등 3대 전략시장과 고용ㆍ노동 분야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분야의 덩어리규제에 대한 개혁을 추진 중이다. 또 전국 단위의 규제개혁이 어려운 경우엔 지역 단위나 기업 단위 규제개혁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이해집단의 반발 등을 돌파하고 있다. ▦특정 지역부터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국가전략특구’와 ▦기업이 신규기술의 안전성을 입증하면 정부가 규제 적용을 면제하는 ‘기업실증특례 제도’가 대표 사례다.

일본 정부가 성장전략을 발표한 지 2년쯤 지난 현재 농업, 의료 등 분야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한국 정부의 평가다. 이날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올 1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ㆍ속보치)이 전 분기 대비 0.6%(연율 환산 2.4%)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 0.4%(연율 1.6%)를 크게 웃돈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덮어놓고 규제완화만 강조하다 보면 고용이나 투자는 늘리지 못한 채 대기업 사내유보금만 늘린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규제완화는 경제보다는 아베 총리의 이념적 시각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실질적인 산업 생산성 증대로 연결됐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면서 “고용과 임금이 경기 부침을 덜 타도록 해 거시경제를 안정화시키고, 가계소득을 늘리는 등 총수요 증대 대책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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