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트라우마센터 시민 설문조사
50% "5월 되면 불안·우울하다"
3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해마다 5월이면 그 날의 잔영은 거짓말처럼 뚜렷해졌다. 1980년 5월, 광기 어린 비극의 현장에 있었던 광주 시민들이라면 적어도 그랬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고통의 기억이 정신마저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오월증후군(May syndrome)’. 광주 시민들이 겪는 이 같은 심리적 후유증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지난 17~18일 광주 동국 옛 전남도청과 국립 5ㆍ18 민주묘지에서 광주 시민 15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8%가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5월이 되면 5ㆍ18민주화운동에 대한 생각이나 그림이 떠오른다’는 답변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응답자의 50.6%는 ‘5월이 되면 불안하고 우울하다’고, 55.6%는 ‘5ㆍ18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든다’고 답해 많은 시민이 오월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월증후군은 1990년 당시 전남대 심리학과 오수성 교수가 만든 말이다.
이밖에 87.4%는 ‘5ㆍ18민주화운동을 생각하면 분노를 느낀다’, 71.9%는 ‘5ㆍ18과 관련해 광주만 고립된 것 같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조사에 참여한 연령대는 70대가 45.9%(62명)로 가장 많았으며 60대 28.1%(38명), 50대 14.8%(20명) 등이었다. 조사 참여자의 5월 경험은 직접 목격 43%, 시위 참여 28.1%, 부상 7.4%, 연행ㆍ구금 3.7%, 기타 11.1% 등이었다
광주트라우마센터 관계자는 “5ㆍ18에 대한 왜곡과 비하, 정부의 무관심은 아직까지 아물지 않은 상처에 계속 생채기를 내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5ㆍ18을 제대로 알고 평가하는 것이 치유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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