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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에서 바라본 충무로, 표현의 자유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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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에서 바라본 충무로, 표현의 자유 갈 길 멀다

입력
2015.05.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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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프랑스 영화 '무법자'의 한 장면.
2010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프랑스 영화 '무법자'의 한 장면.

2010년 제63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프랑스 알제리 합작영화 ‘무법자’를 보기 위해 허둥대며 극장을 향하다 낯선 풍경과 마주했다. 기관단총을 어깨에 맨 수십명의 특수부대원들이 극장 입구를 지키고 있었고 장갑차도 두어 대 길가에 서있었다. 영화제와 어울리지 않는 장면을 목도한 뒤 극장 안으로 들어가니 보안검색도 어느 때보다 삼엄했다.

‘무법자’는 알제리 독립 투사들의 프랑스 정부를 향한 뜨거운 투쟁기를 그렸다. 알제리인의 시각에서 만들어졌기에 식민지배자 프랑스는 척결해야 할 악으로 묘사됐다. 마음이 불편할 만도 한데 프랑스 기자들은 오히려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극장 문을 나설 무렵 중무장 군인이 배치된 이유를 알았다. ‘무법자’의 내용에 불만을 품은 프랑스 극우주의자들이 테러 위협을 가하는 바람에 혹시 있을지 모를 유혈 사태에 대비했다는 것이었다. 프랑스의 역사적 과오를 신랄히 비판하는 영화라도 의미가 있다면 기꺼이 초청을 하고, 상영 반대 위협이 있어도 상영을 관철하겠다는 영화제 측의 의지가 느껴졌다. 어떠한 폭력도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없다는 강한 메시지였다.

올해 칸을 찾은 한국 영화인들은 ‘프랑스 대테러 경보 단계 최상급 유지…’로 시작되는 휴대폰 문자를 매일 오전에 받고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진행요원들이 가방을 검사하고 금속탐지기를 몸에 들이댄다. 보안검색이 어느 때보다 더 강화된 느낌이다. 지난 1월 발생한 파리 테러 사건의 여진이다.

당분간 ‘몸조심’을 할만도 한데 칸영화제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다. 파리 테러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이번 영화제 마켓에 나왔다. 대대적인 공개 시사회까지는 아니어도 해외 수입업자들을 위한 상영회를 열었다.

최근 영화계 주요 투자사인 CJ창업투자가 회사명을 타임와이즈로 바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변호인’에 투자한 뒤 정권에 미운 털이 박혀 고전하다 개명까지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으로 부산시,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겪었고 우연찮게도 영화진흥위원회의 올해 부산영화제 지원 금액이 6억6,000만원 삭감됐다. 칸에서 만난 한 유명 영화인은 “이러다 영화를 검열하던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의혹의 당사자들은 연관성을 부정한다. 하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일이 너무 잦다. 칸영화제에서 문득 반문하게 된다. 표현의 자유는 아직 우리에게 사치스러운 것인가?

칸=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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