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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한국 여성들 정부와 기업에서 요직을 맡도록 제2의 물결이 일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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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한국 여성들 정부와 기업에서 요직을 맡도록 제2의 물결이 일어야 할 때”

입력
2015.05.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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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화여대에서 명예 여성학 박사학위 받아

세계교육포럼 참석차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김영의홀에서 명예 여성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반 총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 종식운동, 양성평등, 여성인권 신장, 평등한 기회 보장 등의 정책을 추진해 여성 권익 증진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아 명예박사로 선정됐다. 그는 이대에서 여성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첫 번째 남성 인사다.

반 총장은 수락연설에서 “이제는 한국 여성들이 정부와 기업에서 요직을 맡도록 제2의 물결이 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하는 박사학위 수락 연설 전문.

장명수 이화학당 이사장님, 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총장님, 정덕애 대학원장님, 양명수 교목실장님, 존경 받는 교수님들과 친애하는 학생 여러분,

이화여자대학교를 이끄시는 최경희 총장님의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치하합니다. 제게 여성학 명예박사학위를 수여 받는 특권이 주어져 감격스럽습니다. 저와 유엔을 이처럼 특별히 표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다 많은 권한과 위엄, 권리를 누려 마땅한 세계 수십억의 여성들의 대표하여 저는 본 학위를 겸허히 수락하고자 합니다. 이화에 오니 영감을 많이 얻습니다. 이화여대는 한국에서 여자 대학으로서뿐만 아니라 고등교육기관을 통틀어 보더라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에 속합니다. 본 대학에서 오랜 시간 총장을 지내신 김옥길 여사와 본 음악당의 이름이 되신 김영의 여사를 비롯한 여러 위대한 여성들이 이화에 몸 담으셨습니다.

유엔은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수십 년 간 힘써 왔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은 유엔이 이룬 최대 성과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유엔은 이 협약을 탄생시켰음에도 오래 동안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취임했을 당시에는 유엔 역사 상 유엔의 고위직을 지낸 여성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은 유엔 평화사절의 1/3이 여성입니다. 이들 중 다수는 남수단, 아이티, 레바논 등 환경이 극심한 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키프로스의 임무 또한 유엔 여성 특별대표가 이끌고 있으며, 키프로스에는 유엔군 최초의 여성 사령관이 부임해 있습니다. 이처럼 여성이 성공한 덕분에 유엔은 임무를 수행할 최적임자가 많은 경우 여성이라는 점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저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 여성들은 여럿인데, 그 중 저의 모친을 들 수 있습니다. 저의 모국 역시 제게는 영감의 원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근대 최초의 여성 국가지도자가 되었는데, 한국을 이끌었던 여성으로는 최초가 아닙니다. 약 1,400년 전 김씨 가문 출신의 신라 선덕여왕이 한국을 통치했다는 사실에 한국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선덕여왕이 교육에 전념했다는 사실이 특히 뜻 깊습니다. 그 이후로도 명성왕후와 인현왕후 등 중요한 여성 지도자들이 한국에서 배출되었습니다. 호주,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파키스탄, 필리핀, 스리랑카 등 아태 지역의 여러 국가들 역시 여성 지도자를 두었습니다. 이러한 여성들의 진보에 박수를 보냅니다. 또한 여성 리더십이 모든 차원에서 여성의 완전한 역량강화로 이어지도록 보다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이화여자대학교는 지역사회의 모든 여성이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는 정신 하에 1886년에 창립되었습니다. 그때 이래로 여성들은 사회에서 우뚝 서 한국과 세계에 여성의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존중은 기본입니다. 이제는 더 나아가 진정한 평등이 실현되어야 합니다. 저는 2030년까지 남성과 여성의 지위가 50:50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는 단순히 구호가 아닙니다. 이는 유엔의 단결된 외침이며, 이를 행동으로 뒷받침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유엔여성기구인 ‘UN Women’을 2010년에 창설한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자원 전반에 걸쳐 한국이 연간 약 500만 달러를 기여하고 있음에 사의를 표합니다. 또한 한국이 보다 많이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여성의 역량강화 이상의 좋은 투자는 없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교육을 받은 여아는 일자리를 구하고 더 높은 소득을 얻을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여아들이 교육 받는 나라는 경제가 향상될 확률이 높습니다. 여성 교육이 1%포인트가 늘면 GDP는 평균 0.3%포인트 늘어납니다. 여성의 역량강화는 경제성장, 정시사회적 안정, 환경의 번창 및 지속가능한 평화의 동력이 됩니다.

여성 비즈니스 리더들은 보다 근무 환경, 수익, 효율 전반을 제고시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앨 시 생산성이 40% 향상됩니다. 가계 소득에 대한 여성의 장악력이 커지면 자녀들의 삶은 개선됩니다. 교육에 있어서도 크나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여아들이 취학 중입니다. 양성평등을 도모하고 폭력에 대항할 보다 효과적인 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피임에 대한 여성의 접근권이 향상되었습니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모성 사망의 수는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진전은 더디며 격차가 납니다. 그 어떤 나라도 완전한 양성평등을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가족을 돌보는데 이 고되고도 중요한 역할에 대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무보수의 돌봄과 가사 노동의 부담을 2.5배 더 지고 있습니다. 이는 엄청난 금전적 가치를 지녔는데, 그 진가가 잘 드러나거나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돌봄 노동은 고용을 창출하고 남녀에게 일자리를 주며 경제에 이바지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변혁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도외시하면 세계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여성은 하늘의 절반을 지탱하는 존재들입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대등하거나 더 많은 기회를 마땅히 주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여성에 투자하고 여성이 노동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또한 여성이 지고 있는 무보수 돌봄 노동의 짐을 덜어주어야 합니다. 더 많은 남성들이 이 짐을 나누어 져야 합니다.

귀빈 및 신사숙녀 여러분,

선구적인 이화여대는 한국에서 여성의 역량강화 물결이 처음 일었을 때 그 선봉에 있었습니다. 이 물결이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 여성들을 전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이 분야들에서 한국 여성들을 오늘날 평등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성과 동일한 정치, 경제적 권한을 누리는 의미의 평등은 요원합니다. 한국 국회의 경우, 남성 의원 5명 당 1명이 여성 의원의 비율입니다. 한국의 비즈니스계의 중심에는 여전히 남성이 있으며 여성은 변방의 존재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여성들이 협상테이블이나 중역 회의실보다는 교실에서 더 환영 받는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한국 여성들이 스포츠계에서 놀라운 활약을 하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골프, 피겨스케이팅과 여타 종목에서 한국 여성 선수들이 큰 영감을 줍니다. 저는 한국 여성들이 왜 골프에 능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최고의 골프선수는 균형감각, 타이밍과 힘이 완벽합니다. 그런데 한국 여성들이 가정이 예산을 관리하고, 여러 일과를 다루는 하루의 시간표를 잘 짜며,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에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한국 여성들이 정부와 기업에서 요직을 맡도록 제2의 물결이 일어야 할 때입니다.

한국과 전세계적으로 사고방식의 변혁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여성들의 편에 서는 것입니다. 세계는 지금 향후 15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과감한 새 비전을 협상 중입니다. 이 비전은 양성 평등 및 여성과 여아의 역량강화와 인권을 위한 분명한 목표를 담게 될 것입니다. 여성은 12월에 채택될 새로운 세계기후협약에서 진전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귀빈 및 신사숙녀 여러분,

저는 타인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자유를 잃은 위대한 한국의 젊은 여성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자 합니다. 다름 아닌 유관순 열사로, 1900년대 초에 태어나 꽃다운 19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잔 다르크와 흡사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관순 열사는 옥에서 가혹한 고문을 받고 그 상처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신념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오늘날까지 열사의 이름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는 폭력이 사람의 몸은 죽일 수 있으나 그들의 기억이나 이상은 멸절할 수 없다는 증거입니다. 극심한 고통과 고문 앞에서 정의를 위해 싸우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관순 열사의 용기는 세상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유 열사의 용기에서 힘을 얻어 평화와 진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인권을 수호하십시오. 불의를 규탄하십시오. 모두를 위한 보다 나은 세상을 요구하십시오.

저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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