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검사서 별다른 이상 발견 안돼
관절ㆍ회전근 문제 가능성은 적은 듯
어깨 재활 길고 통증 재발 확률 높아
구단측과 수술 결정 여전히 상의 중
전문가들 "고속 슬라이더 무리 줬다"
“류현진(28ㆍLA 다저스)은 현재 의사와 상의 중이다.”
20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 구단이 밝힌 류현진의 몸 상태는 ‘여전히 상의 중’이었다. 21일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겠다면서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 류현진이 선뜻 수술 결정에 동의 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동산고 시절 한 차례 팔꿈치 수술을 한 탓에 재활 과정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팔꿈치가 아닌 어깨이다. 어깨 수술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과는 차원이 다르다. 후자가 1년 만의 복귀가 가능한 반면 전자는 언제 돌아올지도, 돌아와서 잘 던질지도 장담할 수 없다. 스프링캠프 때 어깨 통증을 느낀 류현진은 재활에 돌입했고 다저스는 지난달 5일 류현진을 60일짜리 부상자 명단(DL)에 올렸다. 하지만 이달 2일 부상 재발 후 첫 불펜 피칭에서 구속이 82∼83마일(시속 132∼134㎞)에 그치면서 다저스는 류현진의 재활 속도를 더 늦추기로 했다.
최상-최악 시나리오는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마크 색슨 기자는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결과 류현진의 어깨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수술은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밝혀내고 어깨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쪽으로 방향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관절와순 마모에 따른 수술이나, 투수에겐 사실상 사형 선고에 가까운 어깨 회전근 수술의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앞서 류현진의 관절와순 마모 가능성을 제기했던 CBS스포츠의 존 헤이먼 기자도 이날은 ‘어깨 청소’ 수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 발짝 물러났다. 최악의 상황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수술대에 오른다면 시즌 아웃은 피할 수 없다. 재활 과정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깨는 통증 재발 확률도 커 절대 서두르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013년 5월 어깨 수술을 받은 한기주(KIA)가 이제 막 2군에서 공을 던지며 1군 복귀를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차례나 사이영상을 받은 요한 산타나의 경우엔 2010년 9월 왼 어깨 수술을 받았고, 2012년 무리해서 21경기를 던지다가 2013년 4월 재수술을 했다.
가장 부드럽다는 폼, 왜 아픈가
류현진이 한화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 중 하나는 ‘투구폼이 예쁘다’는 것이다. 고교 시절 팔꿈치 수술 이력은 있지만, 라이벌 김광현(SK)과 비교해 유연하고 부드럽게 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무기로 썼던 체인지업도 어깨와 팔꿈치에 상대적으로 무리가 덜 가능 구종이다. 슬라이더, 포크볼과는 다르다.
류현진은 2011년 6월말 한 달 이상 재활을 하긴 했다. 하지만 견갑골(어깨뼈) 염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당시 조대현 한화 트레이닝 코치는 “어깨는 큰 문제 없다. 류현진은 다른 투수보다 견갑골을 많이 활용해 던지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통증을 느끼는 것”이라며 “큰 부상은 아니다. 쉬면 낫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엔 통증이 어깨 쪽으로 올라왔다. ‘데드암’ 증세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부분에 탈이 났다. 전문가들은 ‘고속 슬라이더’에 주목했다. 류현진이 더 예리한 슬라이더를 던지기 위해 팔 스윙 궤적에 변화를 줬고 기존보다 높은 곳에서 릴리스포인트를 형성하며 어깨에 무리가 왔다는 것이다. 더구나 더 빠르게 던지기 위해 볼을 채는 순간 그만큼 임팩트를 강하게 가해야 했다. 어깨나 팔꿈치, 두 곳 중 한 군데가 아플 수밖에 없다.
물론 그동안 한화와 다저스에서 많은 공을 던진 데서 기인한 부상이라는 의견도 많다. 국내에서 풀타임 7년 차를 마치고 태평양을 건넌 그는 어느덧 프로 10년 차가 됐다. 지금껏 KBO리그에서 9년차 자유계약선수(FA) 투수들 가운데 계약 후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류현진도 통증을 피해갈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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