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권위 있는 경제연구소가 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직장 여성을 고민에 빠뜨리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엄마가 직장에 다니면 딸 아이의 성적은 좋아지지만, 아들의 성적은 떨어진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입증됐다는 것이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19일 내놓은 ‘모성 취업과 자녀의 성별 학력격차’(Mothers’ Employment and Children’s Educational Gender Gap) 보고서에서 여성 취업이 보편화한 미국과 노르웨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모성 취업률이 증가할수록 자녀 세대의 남녀 학력격차가 여성에게 유리하게 확대되는 추세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르웨이의 경우 1967년 10%에 불과하던 5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의 취업률이 1993년에는 65%까지 급상승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녀 세대의 남녀간 학력 격차가 4배나 늘어났다. 대학 졸업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남성보다 4배 가량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센서스 자료를 이용한 미국에 대한 분석에서도 모성 취업률 증가가 여성 자녀의 학력 상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NBER은 모성 취업률이 자녀의 성별 학력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이유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다만 기존 연구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여학생이 같은 또래 남학생보다 자제심이 크고 ▦여학생이 일하는 엄마를 긍정적 ‘롤 모델’로 인식하는 경향도 훨씬 강하다는 점을 유력한 요인으로 추정했다. 남학생은 어머니의 관심 수준이 떨어지는 만큼 학습 동기가 약해지지만, 자제심 강한 여학생은 일하는 엄마를 본받기 위해 오히려 학업에 열중하게 된다는 논리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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