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EU 탈퇴하면 영국 GDP 최대 9.5% 줄어… 기업 57% 잔류 희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EU 탈퇴하면 영국 GDP 최대 9.5% 줄어… 기업 57% 잔류 희망

입력
2015.05.20 14:54
0 0

지난 7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두자 관심은 즉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로 쏠리고 있다.

최근 가디언은 브렉시트가 영국의 경제와 고용, 이민자 문제 등 사회 전반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전문가 예측을 보도했다.

경제·고용 등 파급효과 의견분분

영국의 요구는 파운드화 계속 사용 불이익 없게

유럽 이주노동자 복지 등 제한, 영국 예외주의 인정해 달라

英 총선 후 EU도 협상 의지, 잔류 혜택 등 국익 극대화 노릴 듯

브렉시트 GDP 감소 불가피

브렉시트와 영국 경제규모와의 관계에 대해 지금까지 자주 인용된 분석은 2004년 경제사회연구소의 연구결과로, 브렉시트가 외국인의 직접 투자 감소로 이어져 영구적으로 영국의 GDP를 2.25% 감소시킬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이는 10년 전 분석으로 최근에는 경제 규모 축소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 경제성과센터(CEP)의 분석에 따르면 EU를 떠난 영국의 GDP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손실과 비슷한 6.3~9.5%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영국이 유리한 조건으로 EU와 협상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영국이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다는 긍정적인 시나리오상에서는 GDP는 2.2% 하락하는데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어떤 방향이든, 전문가들은 “영국이 EU를 떠나는 것은 영국 경제에 상당한 비용을 부과할 것이며 매우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U에 의존하는 300만개 일자리

영국이 EU에 잔류하는 문제로 논쟁이 한창일 때 자유민주당 당수 닉 크레그는 300만개의 일자리가 EU 회원증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자유민주당은 영국이 EU의 회원국이라는 사실이 5억 인구의 EU시장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외국 회사들에게 매력적이기 때문에 EU가 영국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브렉시트 이슈가 커지면서 네슬레나 현대, 포드, 골드만삭스에 이르는 외국계 회사들이 영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 재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 분야와 금융서비스 분야는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영국 자동차제조판매자협회(SMMT)는 지난해 발간된 리포트에서 70만명을 고용하고 GDP의 3%를 차지하는 영국 자동차 산업의 성공에는 유럽이 필수적이라며 “투자처 및 자동차 산업으로서의 영국의 매력은 명확하게 영국이 EU의 영향력 있는 회원국이라는 점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지적했다. 영국에 있는 250개 외국 은행 역시 16만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영국금융연구기관 더시티UK 회장 게리 그림슨은 지난해 “우리의 연구 결과는 영국이 EU를 떠난다면 영국의 경제성장률과 일자리에 심각한 손해를 입힌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한 반박도 있다. 싱크탱크인 경제업무연구소는 ‘EU 일자리 신화’라는 보고서에서 “일자리는 정치적 연합의 회원증이 아닌 무역과 연관돼 있고, 영국이 EU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국의 비즈니스가 침체될 것이라는 증거도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보고서는 “영국은 매년 평균 4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370만개를 잃었다. 얼마나 일반적으로 상당한 일자리 일탈이 매번 일어났는지를 보라. 연간 자체적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없어진 숫자는 EU로의 수출과 연관된 300만~400만개의 일자리의 규모와 거의 같다”며 "금융위기가 오기 전에 EU와의 관계 변화를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기업 57% ‘힘센 영국, EU 잔류 긍정적’

브렉시트가 무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극우 보수당인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젤 파라지 당수는 영국이 EU의 규칙 및 규정에서 자유로워져 독립적인 무역국가로서 브라질, 인도 등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브렉시트 반대 진영들은 가장 중요한 무역 시장인 EU를 떠난다면 EU는 물론이고 EU와 무역협정을 맺은 나라 사이에서도 영국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상공회의소가 3,500여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는 57%가 영국이 EU에서 더 큰 힘을 행사할 수 있다면 EU 구성원으로 남아있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믿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8%는 EU와 FTA가 이뤄진다는 전제하에서 브렉시트가 긍정적인 시나리오라고 응답했다. 반면 FTA가 없어도 브렉시트에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EU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남아있을 가치가 없다는 관점으로 유럽 공동체의 문제를 분석한 ‘유럽의 문제’(2014)의 저자인 경제학자 로저 부틸은 영국이 EU를 떠난 후에도 FTA를 통해 미국 영국 중국 인도와 같은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유럽개혁센터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 무역 비용이 증가하고 EU 안에 있던 시절보다 더 축소된 협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렉시트 논쟁의 핵심 중 또 다른 하나는 이민 문제다. 영국독립당은 이번 총선 기간 동안 EU를 떠나는 것이 “우리의 국경을 관리할 수 있도록 되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역내 자유이동 원칙에 의해 EU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의 수는 EU 밖에서 오는 이민자의 수보다 적다.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영국에는 62만4,000명의 외국인이 들어왔는데, 이중 29만2,000명이 EU 밖에서 왔으며 25만1,000명이 EU 내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만약 브렉시트가 이뤄진다면 EU 시민들도 지금까지 EU 밖에서 영국으로 오는 이민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영국 국내법에 따라 복잡한 비자 제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입국과정에서 소득증명, 귀국 의사, 일할 의사 등을 까다롭게 따지는 과정에서 EU 내의 가난한 불가리아나 루마니아 시민들은 부유한 프랑스나 독일 시민들보다 영국 입국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엑세스대학에서 EU 헌법을 강의하는 스티블 피어스 교수는 EU는 공동비자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만약 영국이 개별 EU 회원국들을 차별한다면, EU는 보복의 위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에 잔류하는 영국의 전략은

만약 영국이 EU에 잔류하기로 한다면 논점은 영국의 지위향상과 같은 잔류에 대한 혜택을 요구하는 쪽으로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필립 스테판은 ‘브렉시트로 이어질 수 있는 실수’라는 칼럼에서 영국이 EU에 남기로 결정하고 EU 개혁을 요구해 일정부분 양보를 받아내더라도 영국이 바라는 만큼의 지위향상이 이뤄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영국의 요구는 대략 세가지 범주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영국이 EU에서 빠져도 금융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해달라는 보장이다. 또 하나는 EU 차원의 개혁 요구로 이 가운데서도 국가 생활 속으로 침투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혜택을 제한하는 것이 중점사항이다. 마지막으로는 ‘더 가까운 연합’이라는 불명확한 EU의 목표로부터 영국이 빠지는 것을 수용하는 등 영국 예외주의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영국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협상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영국 총선 전까지 EU 집행위원회는 영국과 EU간 협약 개정 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총선 결과가 나온 8일 “상품 서비스 자본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4대 이동의 자유’는 개정이 불가하지만 사소한 사항들은 협상이 가능하다”고 입장변화를 보였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의장은 “영국의 EU 잔류와 관련해 캐머런 총리와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협상이 EU 내에서 영국의 지위 향상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영국 언론들은 캐머런 총리가 EU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EU 회원국들과 벌일 EU 협약 개정 협상 책임을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오스본 장관과 필립 해먼드 외무장관을 독일 베를린과 EU 당국이 있는 브뤼셀로 보냈는데, 회원국들의 영국의 EU에서의 지위 조정 협상에 임할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독일의 거부로 난관에 부딪쳤다. 12일 FT는 독일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이 같은 영국의 시도가 “유로존 위기에 개입하려는 어리석고 불필요한 것”이라며 비난하고 다른 EU 회원국들도 이를 통화동맹을 고의적으로 훼손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EU 문제에서 영국의 가장 큰 협상 대상자인 독일의 단호한 태도에 EU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자 하는 영국의 계획은 쉽게 달성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영국이 EU에서 탈출하기도 힘들다. EU에 회의적인 보수당 연구 결과에서도 국가 안보나 번영은 EU의 친밀한 협력과 분리될 수 없으며, EU의 바깥에서 영국은 더 약해지고 보안 수준이 떨어지며, 더 가난해 질 것이라고 나타났다. 결국 영국의 궁극적인 전략은 EU에서 대안적인 회원국으로 남아 국가 이익을 최대로 달성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FT의 필립 스테판은 영국은 유럽대륙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킬 여력이 없다고 지적하며, 이것을 알았던 마거릿 대처 전 수상이 보수당 당수시절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에 남는 쪽을 택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당시 대처는 “우리는 유럽의 일부로 뗄래야 뗄 수가 없다, 어느 누구도 현재 우리가 존재하고, 언제나 있었던 유럽의 밖으로 우리를 데려갈 수 없다”며 유럽경제공동체 잔류에 찬성표를 던졌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