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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나온 셰프들, 어떻게 예능인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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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나온 셰프들, 어떻게 예능인이 됐나

입력
2015.05.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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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방송계를 넘어 일상까지 물들인 먹방·쿡방.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더 화제가 되는걸까요? '대한민국, 식탐에 빠지다'에서는 먹는 문화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이를 보는 시선을 조명합니다.

▶ ① 우리나라 최초의 '먹방'을 아세요?

'돼지고기와 전복, 채소를 손질한다. 밀가루로 춘빙 반죽을 만든 뒤 팬에 반죽을 굽는다. 손질한 재료들을 춘장소스와 함께 볶는다. 다 익은 춘빙과 볶은 요리를 따로 그릇에 담아내면 완성~'

지난 4일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셰프 이연복의 '연복쌈' 레시피다. 방영 즉시 인터넷에 레시피가 퍼졌다. 무엇보다 자투리 재료로 완벽한 중화요리를 선보인 이연복의 솜씨에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쿡방 열풍의 중심에는 특출난 요리실력과 예능감을 겸비한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들이 있다. 레시피로 정보를 제공하면서 웃음까지 선사하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만족도가 매우 높은 셈이다. 최근엔 장르의 벽까지 넘었다. 버라이어티, 토크쇼 등에도 출연하며 예능 섭외 1순위로 떠올랐다.

한편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은 셰프도 있다. 요리 전문 방송을 통해 천천히 알려졌다가 최근 재부상한 이들이다.

방송 트렌드 덕분이라고 치부하기엔 설명이 부족하다. 셰프테이너들은 특히 가정에서 ‘채널 선택권’을 쥐고 있는 여성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최근 자상하면서 유머러스한 남성상이 각광을 받고 있는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흥행하는 셰프테이너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요즘 잘 나가는 셰프테이너를 차세대와 기존 스타로 나눴다. 시청자들이 왜 셰프들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지, 이들의 특별한 이력과 매력을 짚어봤다.

● 요즘 뜨는 스타셰프

1. 최현석, '허세' 폭발해도 밉지 않은 이유

셰프테이너 중 캐릭터 구축이 가장 잘 된 스타다. 허세 넘치는 특유의 이미지가 쿡방 예능과 잘 부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올리브TV '올리브쇼'를 거쳐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먹방 예능의 루키로 떠올랐다.

무심한 표정으로 화려한 손기술을 펼치는 퍼포먼스가 그의 트레이드마크. 그렇다고 일관되게 허세로 어필하지 않는다. 선배 셰프 이연복 앞에서는“겸손함의 중요함을 느꼈다"며 존경을 표한다. 웃음을 위한 귀여운 허세일 뿐, 선을 넘지 않아 '오만하다'는 악플에도 자유롭다.

최현석의 허세가 밉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만큼 실력이 받쳐준다. 고졸 출신에 유학 경험도 없는 토종셰프지만, 창작요리만 무려 900여 가지다. 두부 김치 모양의 엔다이브샐러드, 젤리 소스를 곁들인 차가운 아귀찜 등 메뉴도 남다르게 독창적이다. 최근에는 KBS '해피투게더3'에서 질소를 이용한 분자요리를 선보여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바 있다.

2. 40년 내공의 '중화요리 대가' 이연복

"나보고 대가라고 하는데 사실 대가리가 커서 대가인 것" ('냉장고를 부탁해' 中)

4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이연복은 화려한 스펙에도 항상 겸손한 자세로 방송에 임한다. 대만 화교 출신인 그는 중화요리 주방장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13세에 요리계에 입문했다. 17세에 우리나라 최초 호텔 중식당 명동 샤보이 호텔에서 근무했고, 22세에 주한 대만 대사관의 최연소 주방장으로 발탁돼 8년을 몸 담았다.

이연복은 얼마 전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과거 후각을 상실한 사실을 밝혔다. 26살 축농증으로 수술을 받은 후 후각을 잃어 미각에 의지해 요리를 한다는 것. 극적인 사연과 40년 이상 내공이 묻어나는 중화요리로 젊은 셰프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당초 스케줄 사정으로 불참한 최현석 대신 투입됐다가 스타 셰프로 부상했다.

이연복 셰프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만든 '연복쌈'. 방영 직후 인터넷 상에서 레시피가 돌며 화제를 모았다. '냉장고를 부탁해' 공식 홈페이지
이연복 셰프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만든 '연복쌈'. 방영 직후 인터넷 상에서 레시피가 돌며 화제를 모았다. '냉장고를 부탁해' 공식 홈페이지

3. 백종원, 서민인 듯 서민 아닌 서민 같은…

백종원의 레시피에서 모히또는 레몬, 설탕, 소주, 깻잎, 사이다만 있으면 된다. 계량은 밥공기, 숟가락, 종이컵으로 하면 된다.

최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 중인 백종원은 독특하면서도 따라하기 쉬운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서민적이고 대중친화적인 레시피와 언변이 그의 인기비결이다.

반전은 그의 이력이다. 백종원은 외식업체 '더본코리아' '더본차이나' '더본아메리카'의 대표이사다. 새마을식당, 본가, 한신포차 등 국내 33개 브랜드에 가맹점 500여개를 보유 중이다. 연 매출이 700억에 달하는 성공한 사업가라 당초 요식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했다.

방송 출연으로 빛을 본 것은 불과 최근의 일이다. 인기에 힘입어 그는 지난 19일부터 tvN‘집밥 백선생'으로 본격적인 쿡방 예능에 도전했다. '집밥 백선생'에서는 '백선생' 백종원이 요리 초보 연예인들을 가르치며 요리의 달인으로 만드는 과정이 그려질 예정이다.

● 한결같은 인기의 기존 스타셰프

1. '쿠킹마초' 레이먼 킴의 반전매력

듬직한 체구와 수염, 무뚝뚝한 말투…. 마초적인 외향과 달리 음식 재료를 손질하는 손놀림은 누구보다도 섬세하다. 2011년부터 요리 채널에서 활동을 해온 레이먼 킴은 반전매력으로 여러 방송의 고정출연을 꿰찼다. 2013년 배우 김지우와 결혼한 후에는 다른 셰프들보다 비교적 일찍 지상파로 무대를 옮겨 활동했다.

15세에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파일럿이 되기 위해 항공대학을 다녔으나 이내 자신의 적성을 찾아 요리사로 전향했다. 2000년 이른 경력으로 레드우드 그릴, 앨리스 키친, 그릴 멕 헤드셰프 자리에 올라 입지를 다졌다. 현재는 국내 레스토랑 테이블 온 더 문, 카페도어즈, 세흠니르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칼럼까지 쓰며 활동영역을 더욱 넓히는 중이다. (▶레이먼킴의 칼럼 읽기)

2.강레오, '한국의 고든 램지'에서 살가운 아빠로…

강레오는 런던의 한 샌드위치 가게에서부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을 키운 그는 셰프 장 조지의 레스토랑을 거쳐 '미슐랭 3스타'에 빛나는 셰프 피에르 코프만의 밑으로 들어간다. 이후 TV스타 셰프 고든 램지의 헤드셰프 자리까지 꿰차며 한국인으로서는 이례적인 명성을 쌓게 된다.

국내에는 지난 2012년 '마스터셰프 코리아'의 심사위원으로 얼굴을 알렸다. 깐깐하고 냉철한 심사평으로 매회 긴장감을 조성해 '한국의 고든 램지'로 불렸다. 지난해부터는 SBS '오 마이 베이비' 등 일반 예능에도 얼굴을 비추며 살가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3. 군대예능까지 진출한 셰프…'파스타' 실제 주인공 샘 킴

샘 킴은 2010년 방영된 MBC 드라마 '파스타'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2009년부터 꾸준히 방송활동을 했으며 레이먼 킴과 올리브TV '샘 & 레이먼의 쿠킹타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동안 브라운관을 떠났으나 지난해 '냉장고를 부탁해'로 복귀한 뒤 연일 바쁘게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MBC 군대 예능 '일밤-진짜 사나이'에 고정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파스타' 속 까칠한 셰프 최현욱(이선균 분)과 반대로 허당기있고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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