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박경완(43ㆍ전 SK)이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포수로 회자되는 건 타석에서도 빛났기 때문이다. 1991년 1군에 데뷔해 2013년 현역 유니폼을 벗은 그는 두 차례(2000, 2004년)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00년 5월19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사상 최초로 4연타석 홈런도 때렸다. 포수를 맡으면서 "상대 타자들이 노리는 공은 절대 사인 내는 법이 없다"고 해 '귀신' 소리까지 들었던 박경완은 거포로서도 굵은 족적을 남겼다.
두산 양의지(28)는 롯데 강민호(30)와 더불어 박경완의 뒤를 밟고 있는 후배로 꼽을 만하다. 풋워크, 투수 리드, 안정된 블로킹 능력은 물론 타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그는 19일까지 3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푼6리 9홈런 27타점을 수확했다. 홈런은 팀 내 1위이자 전체 9위. 출루율(0.434)과 장타율(0.626)을 합한 OPS는 10할이 넘는다.
무엇보다 홈런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터뜨린 10홈런과는 고작 1개 차이이고, 한 시즌 개인 최다인 20홈런(2010년)도 지금의 페이스라면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양의지는 지난달 25일 잠실 KIA전부터 5경기 연속 안타가 없어 "고민이 크다"고 했지만, 잠실 라이벌 LG와의 '어린이날 더비'를 계기로 확연히 살아나 매서운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양의지가 직접 밝힌 맹타의 비결은 '0B-2S'에서의 변화다. 지난해 그를 괴롭힌 허리 통증에서 자유로워진 그는 "(김태형) 감독님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타격을 주문하시는 만큼 나도 세게 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0B-2S가 되면 레그킥을 버리고 노스텝으로 쳤다. 어떻게든 안타를 치려는 마음이 강했다. 그런데 갖다 맞히려고만 하니 병살이 많았다. 지금은 삼진을 먹더라도 과감하게 휘두른다." 양의지는 "다리가 조금 느린 게 아니라, 삼진 먹는 게 낫다"고 웃었다.
적극적인 배팅은 양의지도 팀도 춤추게 한다. 앞으로 100경기 이상을 더 치러야 하지만, 지금까지 0B-2S에서 결과는 삼진보다 안타가 많다. 9타수4안타에 타율 4할4푼4리, 삼진은 2개이고 홈런을 한 방 때렸다. 아울러 올 시즌 9개의 홈런 중 3개가 0B-1S에서, 2개는 풀카운트에서 나왔다. 타자가 결코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카운트에서 연거푸 대포를 쏘아 올린 셈이다.
그는 "솔직히 지금 페이스가 좋다. 왼발 뒤꿈치 통증은 여전하지만, 경기에 못 뛸 정도는 아니다"며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0경기도 채 못 뛰었기 때문에 올해는 지금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내 위치가 포수이다 보니 팀이 이기는 게 최우선이다. (김)현수와 (민)병헌이, 내가 중간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두산 양의지(오른쪽).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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