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m.net ’쇼 미 더 머니’는 같은 방송사의 ‘슈퍼스타 K’처럼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래퍼들을 발굴하는 취지로 시작했다. 그러나 곧 방영 예정인 ‘쇼 미 더 머니 4’는 간단히 요약하면 아이돌 VS 언더그라운드 래퍼의 대결이 됐다. P-TYPE처럼 ‘쇼 미 더 머니’의 심사위원으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뛰어난 래퍼가 참가하는 한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소속 그룹 위너의 송민호, 최근 데뷔한 몬스타 X의 주헌, 빅스의 라비, 데뷔 예정인 그룹 세븐틴의 버논 등 아이돌 그룹의 래퍼들이 대거 참여한다.
아이돌이 참여하면서 쇼가 변질됐다느니 하려는 이야기는 아니다. ‘쇼 미 더 머니’는 시작부터 힙합 문화를 왜곡시킨다는 우려를 들었고, 지난 시즌에서는 일부 출연자들에 대한 이른바 '악마의 편집' 논란도 있었다. 다만 ‘쇼 미 더 머니 3’는 ‘슈퍼스타 K’의 전성기를 연상시킬 만큼 큰 성공을 거뒀고, 그 중심에는 우승자인 YG 소속의 그룹 아이콘 멤버 래퍼 바비가 있었다. 언더그라운드 래퍼들 사이에 출연한 거대 기획사의 래퍼는 시작부터 긴장관계를 만들었고, 함께 출연한 B.I는 가사를 까먹은 뒤 갑자기 "우리 회사보다 돈이 많든지"라는, 두고두고 자료 화면으로 쓰일 프리스타일 랩으로 좋든 나쁘든 화제를 일으켰다.
그러니 제작진으로서는 이번 시즌에서 인기 아이돌의 출연을 막을 이유가 없다. 아예 좋은 래퍼이자 그룹 블락비의 멤버이기도 한 지코를 심사위원으로 데려왔다. 지코가 한국 힙합 역사에서 반드시 거론돼야 하는 P-TYPE을 심사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짤방'으로 돌아다닐 것이고, 논란도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시청률도 오를 것이다. 반대로 아이돌의 소속사 입장에서는 이 독이 든 성배 같은 프로그램을 마다하기 어렵다. 바비는 아직 데뷔 전이지만 어지간한 아이돌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다. 게다가 ‘쇼 미 더 머니’에서 아이돌이면서도 랩을 하는 중에는 욕설을 하고, '가'같은 곡에서는 멋지게 랩을 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을 일으키기 위해 마치 록키가 권투를 하듯 랩을 하며 사는 그의 모습은 그를 그룹명 그대로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와, 아이돌인데 랩으로 싸울줄 알아! 욕도 해! 문자 그대로 '간지폭발'.
그동안의 아이돌은 회사가 기획한 이미지 속에서 데뷔하고, 천천히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면서 자신의 아우라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바비는 데뷔 전에 자신의 강렬한 개성을 얻었다. 힙합을 앞세운 팀의 메인 래퍼인 주헌이나 힙합과는 관계 없는 음악을 하는 팀에서 랩을 하는 라비나 ‘쇼 미 더 머니’를 통해 바비와 같은 아우라를 얻는 것이 절실하다. 아이돌이지만 실력이 있다는 것, 아이돌이지만 '진짜'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주는 것은 그들에게나 회사에게나 말할 수 없이 큰 가치를 갖는다. 이것은 아이돌 산업에서 새로운 발명품이기도 하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아이돌은 랩을 잘 한다 해도 굳이 ‘쇼 미 더 머니’에 출연할 필요는 없다. 엑소처럼 데뷔부터 가상의 설정과 스토리를 만들기도 하는 이 회사의 아이돌은 완벽한 판타지를 주는 존재다. 반면 바비를 비롯해 이 랩을 하는 아이돌들은 아이돌의 스타성 위에 리얼리티 쇼에서 당당하게 살아남는 실력파 래퍼라는 진정성을 더한다. 마치 과거의 락스타들처럼 엄청난 스타인 동시에 반항아의 이미지를 갖는 것과 같달까. 과거에는 이런 이미지를 빅뱅처럼 독특한 경우에만 가질 수 있었다면, ‘쇼 미 더 머니’는 다른 많은 아이돌에게 그 기회를 활짝 연 것이다. 실력도 있고, 현실 안에서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돼있는 태도를 가진 아이돌. 사실 이것은 웹툰 작가 조석이 ‘마음의 소리’에서 말이 안 되는 상황에 대해 "부모 말을 잘 듣는 힙합"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앞 뒤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존재가 있다면 분명히 멋진 일이고, 대중은 그런 아이돌을 원한다. 힙합으로 실력을 증명하고, 자신이 소속사가 만들어낸 아이돌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라. 많은 아이돌에게 이것이 하나의 과제가 됐고, ‘쇼 미 더 머니’라는 문이 열렸다. 이번 시즌에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런지. 방송 칼럼니스트
● '쇼 미 더 머니3' 결승전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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