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측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을 공개하고, 남측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첩보’를 발표함으로써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 현영철 숙청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포정치’에 대한 비난과 함께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SLBM 시험은 외부세계를 겨냥한 긴장 조성이고, 현영철 숙청은 내부 권력 공고화를 위한 군기잡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사건은 김정은 체제의 ‘효율성 위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집권과 함께 “다시는 인민들에게 허리띠를 조여 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인민생활 향상을 주요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장거리로켓발사와 핵실험에 따른 외부세계의 제재와 압력이 가중돼 인민생활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있다. 먹는 문제는 다소 나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인민생활 전반의 개선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권의 안정성 여부는 정통성과 효율성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의 내부논리로 보면 김정은 정권은 정통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백두혈통’이 영도하는 ‘수령제 국가’다. ‘김일성 민족, 김정일 나라’를 표방하고 있는 북한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는 ‘관습헌법’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김정은은 마치 왕조시대 왕위계승처럼 선대수령으로부터 수령의 지위를 계승했다.
문제는 정권의 효율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집권 4년차를 맞은 김정은 정권으로선 뭔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2012년 6ㆍ28방침, 2014년 5ㆍ30조치 등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농업부분을 제외하곤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10~15명이던 분조원의 숫자를 대폭 줄여 3~5명 단위의 포전담당제를 실시함으로써 식량사정이 나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여타 분야의 생산성과 효율성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김정은 제1비서가 현지지도를 활발히 하면서 생산을 독려하지만 내부자원 고갈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신년사 등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당, 내각, 군, 생산현장 등 사회 모든 부문 일꾼들의 무사안일과 무능을 질타하면서 인민생활 향상에 주력하지만 별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영철의 숙청도 군부에게 할당된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과 관련한 ‘본보기 처형’일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최근 김정은이 양어장을 방문해서 “억이 막혀(기가 막혀) 말이 나가지 않는다”며 일꾼들의 무능과 태만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질책한 것도 현영철 숙청과 연관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자라공장에서 설비문제를 탓하며 자라 증산을 하지 못한 일꾼들을 질책했다. 또한 ‘혁명사적 교양실’이 꾸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지적하였다. 결국 인프라를 탓하지 말고 철저한 사상의식을 가지고 생산량을 늘리라는 주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생산현장을 다그치는 방식으로 증산을 통해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려 하지만 만성피로감에 빠진 인민들의 열의는 식어가고 있다. 그래서 현영철 등 간부들의 숙청을 본보기로 해서 태만한 인민들의 생산의욕을 높이려 하는지도 모른다.
북한이 경제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외관계를 풀어야 한다. 그래서 북한이 SLBM 시험을 공개한 것은 대외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카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사드(THAAD) 배치의 명분을 주고 추가 제재를 불러 올 수밖에 없는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발사를 시행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SLBM 능력을 과시하고 협상을 모색하는지도 모른다. 효율성의 위기에 빠진 김정은 정권은 관련 국가들에게 대량살상무기 능력 향상의 방치냐, 아니면 대화를 위한 국면전환이냐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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