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사는 정모(73)씨는 지난 14일 자신의 집 화장실 천장 안을 손으로 더듬다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화장실 천장에 지름 30㎝크기의 구멍을 뚫어 그 안에 수년간 차곡차곡 모아 놓은 5만원권 100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목표한 500만원을 채워 은행에 가져 가려고 했는데, 천장 안에 넣은 손을 아무리 휘저어도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빈집털이를 당했다고 생각한 정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양천경찰서 목2지구대 박남배 경위와 박형태 경사가 현장에 도착해 화장실 천장을 유심히 살펴봤지만 돈은 역시나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발견된 것도 아니었다. 도둑이 들었을 가능성도 낮아 보였다. 한참을 추리하던 박 경위 등은 천장 구멍을 뒤지다 손에 묻어 나오는 검정 비닐 조각에 눈길이 멈췄다. 마치 쥐가 갉아먹고 남긴 듯한 비닐 조각이었다.
박 경위 등은 손전등을 이용해 천장 구석까지 훑었고 구멍이 있던 곳에서 약 3m 떨어진 천장 구석에서 너덜너덜해진 문제의 비닐봉지가 발견됐다. 비닐봉지 안에 있던 5만원권 100장은 원형 그대로 유지돼 있었다.
경찰은 20일 “5만원권 100장 중 20여장의 귀퉁이에는 쥐가 조금씩 뜯어 먹어 생긴 이빨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은행 측은 돈을 문제없이 받아줬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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