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송구 후 1루수 테임즈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NC 이재학.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투수들의 기본 임무는 공을 던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타자들이 못 치는 공을 뿌리는 게 최고이지만 투구 말고도 수비, 견제 등 할 일이 많다. 그런데 요즘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타구를 잡은 투수가 1루로 엉뚱한 송구를 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NC 이재학은 지난 14일 잠실 LG전에서 한나한의 평범한 땅볼을 잡고 1루수 에릭 테임즈에게 송구할 때 가볍게 던진 공이 붕 떠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주자는 세이프. 롯데 박세웅도 15일 수원 kt전에서 김민혁의 번트를 악송구로 연결했다. 올 시즌 실책이 가장 많은 투수는 kt 시스코와 한화 유먼으로 3개씩을 했다. 이재학과 박세웅, 넥센 피어밴드, 삼성 클로이드는 2개로 뒤를 잇고 있다. 충분히 여유 있게 처리할 수 있는데 투수들은 왜 악송구를 하는 걸까.
◇기본기 부족과 트라우마 영향
현역 시절 1루 송구에 부담을 느꼈던 김상진 SK 투수코치는 두 가지 요인을 꼽았다. 하나는 기본기, 다른 하나는 심리 문제다. 김 코치는 "나 같은 경우는 야구를 늦게 시작한 탓에 기본기가 약했다"며 "최근 보면 투수들 중 수비 훈련을 할 때 기본기를 소홀히 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트라우마 문제도 지목했다. 김 코치는 "(OB 시절인) 1995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1루에 악송구를 2개나 했다. 이후 같은 코스에서 공을 잡으면 분명히 아웃 시킬 수 있는데도 그 때 기억이 순간적으로 떠올라 실수를 반복한다. 일종의 트라우마이다. 1루가 아닌 2루나 3루, 홈에 송구할 때는 아무 문제 없이 할 수 있는데 1루로만 던지면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차명석 LG 수석코치 역시 "딱히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는 볼 수 없고 심리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 예전에 악송구로 중요한 경기를 망치거나 코칭스태프 또는 선배들에게 혼났던 기억이 있으면 초킹(chokingㆍ숨막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현상은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을 자꾸 의식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깨 회전근으로 던지는 것도 원인
역시 투수 출신인 김진욱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다. 김 위원은 "어깨 회전근으로 던지는 투수들이 송구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평소 세게 던지다 보니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두산 감독 시절 홍상삼(현 경찰야구단)을 예로 들며 "고의4구로 빼라고 했는데 아예 공이 엉뚱한 곳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 "어깨에 피로가 쌓인 투수들이나 통증을 안고 있는 투수들도 송구 실책을 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차명석 수석코치는 "간혹 투구 메커니즘과 송구 방법이 달라 어려워하는 투수들도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투수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김상진 코치는 "결국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스프링캠프 때 아무리 많은 훈련을 하더라도 실전에 들어가면 상황은 다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실수를 했던 선수들은 또 반복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차명석 수석코치는 "한 번이 어렵지, 그 순간을 잘 넘기면 안 좋았던 기억을 떨쳐낼 수 있다"고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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